권두언

귀천(歸天)/ 마경덕

검지 정숙자 2019. 11. 3. 21:56

 

 

<권두시>

 

    귀천歸天

 

    마경덕

 

 

  산 중턱이 누군가를 지우고 있다

 

  오래 전 이곳을 지나갈 때

  앳된 여자가 엎드려 울던 곳이었다

  이듬해

  붉은 사과 하나가 발치에 오도카니 놓여있었다

 

  억새가 봉분을 올라타고 히이잉 늙은 말소리로 울 때

  사람의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무심코 밟고 지나갈

  납작한 흔적은

  천천히 쉬지 않고 가라앉는다

 

  내가 바라보는 동안에도

 

  캄캄한 안쪽의

  안쪽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끝내

 

  무덤은 무덤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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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시학』2019-가을호 <권두시>에서

  *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세계일보》로 등단, 시집『신발論』『사물의 입』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