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시>
귀천歸天
마경덕
산 중턱이 누군가를 지우고 있다
오래 전 이곳을 지나갈 때
앳된 여자가 엎드려 울던 곳이었다
이듬해
붉은 사과 하나가 발치에 오도카니 놓여있었다
억새가 봉분을 올라타고 히이잉 늙은 말소리로 울 때
사람의 기척은 들리지 않았다
무심코 밟고 지나갈
납작한 흔적은
천천히 쉬지 않고 가라앉는다
내가 바라보는 동안에도
캄캄한 안쪽의
안쪽으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끝내
무덤은 무덤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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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2019-가을호 <권두시>에서
* 마경덕/ 전남 여수 출생, 2003년《세계일보》로 등단, 시집『신발論』『사물의 입』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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