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눈
정숙자
우리는 거기, 그 안에서 덤벙거린다
그 시력은 퇴화되지 않는다
밤에조차 감지 않지만
어떤 한마디도 흩지 않는다
다 알면서 다 봤으면서도
누가 무엇에 걸렸을지라도
비할 바 없이 따뜻하고 맑고 조용한
그 눈이야말로 (그러나)
가장 무서운 눈일 수 있다
총괄적으로 담담한 그 눈이야말로
그만의 비공개적
합목적적 눈일 수 있지 않은가
하, 그러면 어때. 내 눈이 그 눈을 속이지 않는다면 그 눈도 내 눈을 속이지 않는다. 걱정 없다. 그저 걸으면 된다. 그 눈은 사심 없는 눈. 인간으로선 도저히 '모방'에도 접근할 수 없는 눈. 개벽 이후 하루에 단 한번 껌뻑이는 눈.
그 큰 눈을 믿고 골짜기 물은 절벽에서도 힘차게 뛰어내리지. 호수는 돌에 맞아도 굴렁쇠를 굴리며~ 굴리며~ 굴리며~ 웃지. 더 많이 더 아픈 가슴이 더 많이 사랑하는 거라고 믿지. 태산이 무너져도 그 눈에 기대어 새파란 무릎을 찾지.
우연히 발견한 책상 및 아기 거미 마른 주검을
차마 쓰레기통에 넣지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
고만고만한 그런 눈들도 그 큰 눈은 다 보고 있지
다 알고 있지. 다 다 다… 기억도 하지. (그러니)
하. 그때 좀 그런 게 어때
흑. 지금 좀 이런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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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층』 2019-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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