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프로젝트-45
정숙자
중립국의 유일 시민// 잠시 한눈파는 사이 세상은 빠른 속도로 떠내려갔다. 또 어떤 세상은 세상 이전의 세상으로 되돌아갔다. 눈길 멀리 뻗치지도 않았는데 나는, 어느 쪽으로도 날아가지 않고 제자리에 있다. 아무 짓 안하고도 중립국이 될 수 있다니! 나는 내일도 혼자 이 숲에 살 것이다.
미래의 구름과 과거의 필름, 그들은 지금 이곳에 없는 걸음들이 아닌가. 이곳의 꺾임, 이곳의 막힘, 이곳의 울림… 이런 혐화음 배제한 환상에게, 나는 흙과 환부를 보여줘야지. 부러진 가지와 짓뭉개진 새순, 벌레에게 뜯긴 이파리도 '이게 바로 삶이다' 펴보이리라. 진지한 생존 짙은 육체를.
시름과 씨름하며
씨름을 시름하며
(돌아오는 강~~~ 길어지는 강~~~)
나는 아직도 아프다. ∴ 아직 살아있다. 매우 인내한다. 내겐 아직도 신기함/신비함도 줄지 않았다. 낙뢰 또한, 비애 또한, 의외意外 또한 사춘기 때만큼이나 밤을 흔든다. 약한 양 한 마리를… 살려내려는 목자의 의지와 응시. 일인 중립국의 총체적 법령 속에서. 법전으로서의 규칙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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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2019-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