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사>
창간에 부치는 글
'다도해의 섬' 몇이 모였습니다. 시에 청춘을 바치고 이제 차분히 열기를 식힐 때가 되었지만 몸과 마음이 여전히 뜨거운 시인들입니다. 이들은 그러나 어느새 다도해 밖으로 밀리는 외로운 섬이 되고 있습니다. 날로 늘어나는 시인들 틈에서 입지가 좁아지고, 시 전문지들 대부분은 동인지가 되다시피 하여 제 식구 감싸기에 바쁘고, 낯선 시인들과는 소통이 안 되고, 이러다 미구에 외딴섬이 될지도 모릅니다.
다도해 바깥은 난바다입니다. 망망대해나 다를 바 없는 여기가 외딴섬들의 현주소입니다. 시적 역량과 무관하게 문단에서 잊혀버린 기성을 비롯해 등단과 동시에 방향성을 잃은 신진들도 있습니다. 신진이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가장 활발한 시기를 의미하는데 이들은 가장 침체된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재능을 펴기도 전에, 또는 재능에 합당한 조명을 받기도 전에 소외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이런 사정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기성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든바다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은 행운아입니다. 발표지면에서부터 시집 출간, 비평가의 조명, 세인의 찬사 등 수혜가 많습니다. 언젠가 객관적 평가에 던져져 그런 수혜의 정당성이 가려진다 해도 현실은 현실입니다. 행운과 불운이라는 이분법으로 현실을 파악하기에 앞서, 행운은 누리고 불운은 타계해야 합니다. 길이 끊겼다고 주저앉으면 안 됩니다. 외딴섬이 되었다 하여 걸출한 재능까지 사장되는 시인이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 대안의 하나가 『시와함께』 창간입니다.
제호 그대로 시와 함께 본지는 다음 네 가지 일부터 실천할 것입니다. 첫째는 발표지면을 투고와 청탁 두 제도를 병용하여 구성함으로써 우리 시의 묻힌 보석을 찾아내고 드러난 보석은 빛내는 일을 이어가는 것이며, 둘째는 유능한 시인이 문단의 무관심 속에 묻히는 불행이 없도록 비평적 조명과 함께 발표 지면을 적극 배려하는 것이며, 셋째는 계절별 문학 강연과 북콘서트를 개최하여 시인과 독자의 만남을 활성화하는 것이며, 넷째는 신인등용제도를 통해 우리 시의 미래자산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밖에 몇 가지 대외적인 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의 달-5월 제정'을 비롯해 '남 · 북한 시인 교류 및 사화집 발간' '동아시아 시인포럼 결성' '전국순회 창작강좌 개설' 등 누군가 언젠가는 해야 할 사업입니다. 갓 첫걸음을 떼는 본지로서는 힘겨울 수도 있겠지만 하나씩 실천하면서 필요하면 관련기관과도 협의하여 추진할 것입니다.
아울러 본지는 우리 시단의 '마루가 넓은 사랑방'이 되고자 합니다. 특정 이념에 편향되지 않고 말단적인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사랑방, '시인 · 비평가 · 독자'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이자 토론장으로서 너는 주인이고 나도 주인인 공간, 기성과 신진을 나누지 않으며 든바다 난바다 시인을 가리지 않는, 그래서 자리가 모자라면 마루에 앉아 쉬어가는 그런 유정한 사랑방이 되고자 합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김월준 주원규 김 석
감태준 이상호 박상천 이규식 김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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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함께』창간호 001/ 2019-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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