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관령망친정 踰大關嶺望親庭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 47세)
머리 하얀 어머니 임영에 남겨두고 慈親鶴髮在臨瀛
홀로 장안으로 떠나가는 심정이여, 身向長安獨去情
때때로 머리 돌려 북평을 바라보니 回首北坪時一望
흰 구름 아래 저녁 산이 푸르구나! 白雲飛下暮山靑
▶ 여인의 삶과 그 속내를 읊은 시가들/- 여성의 한시에 그려진 '그녀'의 속마음(발췌)_정재민/ 육군사관학교 교수
제목을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대관령에 올라 친정을 바라보며'이다. 이것만 보아도 시가 지어진 상황이 짐작된다. 임영은 강릉의 옛 이름이고, 북평은 사임당의 고향마을이다. 사임당은 19살에 혼인했으나 21살이 될 때까지 친정에 머물렀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삼년상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삼년상이 끝난 후엔 좋으나 싫으나 한양 시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홀로되신 친정어머니였다. 아들을 두지 못한 터이라 어머니는 혼자 지내셔야 했다. 늙으신 어머니를 남겨두고 돌아서는 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바람도 쉬어간다는 대관령을 넘으면서 사임당은 고개를 돌려 북평을 한없이 내려다보았다. 먼 훗날, 율곡은 모친의 행장行狀에서 그날의 정황을 자상히 적었다. "어머니께서 강릉으로 근친을 가셨다가 돌아오실 때 친정어머니와 울면서 눈물로 작별하셨다. 대관령 중턱에 이르자 한참 동안 가마를 멈추고 북평을 바라보셨다.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고 견딜 수 없어 쓸쓸히 눈물을 흘리시면서 시 한 수를 지으셨다." (p.82-83)
-------------
*『문학청춘』2019-봄호 <고전산책 13> 에서
* 정재민/ 1964년 경기 양평 출생, 저서『한국운명설화의 연구』『불멸의 화랑』등, 현재 육군사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겸 교수학습개발원장
'고전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명 스님_ 내 삶의 지침, 진각 혜심의 선시(발췌)/ 그림자와 마주하다 (0) | 2019.08.12 |
---|---|
정재민_ 여인의 삶과 그 속내를...(발췌)/ 기부강사독서 : 허난설헌 (0) | 2019.04.23 |
정재민_이별의 정한과 격조를 읊은 시가들(발췌)/ 황조가 : 유리왕 (0) | 2017.04.02 |
한천급월/ 취여 지음 : 정안 스님 역해 (0) | 2017.01.27 |
정재민_부부 간의 사랑과 도리를 읊은 시가(발췌)/ 정읍사 : 어느 행상인의 아내 (0) | 2016.0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