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열매보다 강한 잎/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27. 02:21

 

  

     열매보다 강한 잎

 

     정숙자                                   

                                    

                    

  마지막엔 이것뿐이다

  꽃 아니다 기둥 아니다 수많은 잎새도 아닌 다만 두 잎뿐

이다

 두 잎이면 다시 하늘을 열고 별을 기르고 마파람 부를 수

있다

  껍질 속 두 잎은 우뇌/좌뇌란다                                  

  좌청룡 우백호란다

  씨앗들은 스스로가 명당이요 명문이란다               

  흔들림 없는 두 잎을 열고 나무는 걸어나간다

  큰길 소롯길 모두 제 안에 있다

  만 리를 내다보는 키가 되어도 어느 한 잎 잎차례 변치

않는다

  잎들은 알을 품는다  

  알보다 먼저 달리고 알보다 늦게 익는다

  첫 잎이자 마지막 두 잎

  간절히 합장한 두 잎

  두 잎을 밀봉한 다음이라야 잎잎 붉은 잎 몸을 날린다

  가슴 한복판으로 툼벙툼벙 떨어진 날들

  밀리고 밀린 나이테 파문! 나무 속에 호수가 있다

  잎새에선 노상 잔물결 소리가 난다       

  두 잎이면 모든 잎이다                           

  두 잎이 남아 있는 한 어떤 내일도 초록빛이다

    -시현실200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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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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