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보다 강한 잎
정숙자
마지막엔 이것뿐이다
꽃 아니다 기둥 아니다 수많은 잎새도 아닌 다만 두 잎뿐
이다
두 잎이면 다시 하늘을 열고 별을 기르고 마파람 부를 수
있다
껍질 속 두 잎은 우뇌/좌뇌란다
좌청룡 우백호란다
씨앗들은 스스로가 명당이요 명문이란다
흔들림 없는 두 잎을 열고 나무는 걸어나간다
큰길 소롯길 모두 제 안에 있다
만 리를 내다보는 키가 되어도 어느 한 잎 잎차례 변치
않는다
잎들은 알을 품는다
알보다 먼저 달리고 알보다 늦게 익는다
첫 잎이자 마지막 두 잎
간절히 합장한 두 잎
두 잎을 밀봉한 다음이라야 잎잎 붉은 잎 몸을 날린다
가슴 한복판으로 툼벙툼벙 떨어진 날들
밀리고 밀린 나이테 파문! 나무 속에 호수가 있다
잎새에선 노상 잔물결 소리가 난다
두 잎이면 모든 잎이다
두 잎이 남아 있는 한 어떤 내일도 초록빛이다
-『시현실』2005.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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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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