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섬의 정신/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26. 00:59

 

 

    섬의 정신

 

    정숙자



  흔들리는 건 정신이 아니다

  맞으면 맞을수록 의지는 더 깊이 박힌다

  하지만 고뇌여, ―너무 때리지 마라

  욱신거리는 침묵이 지금 이 순간에도 회색 하늘을 지나

고 있다

  뭉개지지 않게, 허리도 발목도 휘지 않게, 눈물도 무너지

지 않게 촛불 한 자루 세워 둬야지 그 이상의 바람은 없다

잘 잡힌 균형만이 힘을 기른다 바다가 스스로를 지켜낸 것

도 제 안에 답이 있었던 거다

  끝없이 밀려나오는 저 대팻밥

  내면을 깎는 물보라             

  간절해야만, 단단해야만, 삼각파(三角波) 아울러야만 비

로소 섬일 수 있다

  섬을 꿈꾸는 자만이 섬에 닿는다

  별똥별 사철 두고 돌아오는 곳

  먹구름도 말끔히 헹궈 은빛괭이갈매기 떼로 나는 곳

  외곽으로, 여백으로, 고독으로 나앉은 미래는 오늘도 오

로지 용맹정진

  돌 하나만 저리 굴러도 우주의 중심이 바뀌는 것을…

  하물며 핏방울이 젊은 숨이랴

   -시와사람2003. 겨울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매보다 강한 잎/ 정숙자  (0) 2010.09.27
김나현/ 정숙자  (0) 2010.09.26
오선의 깊이/ 정숙자  (0) 2010.09.26
바닥에서 날개가 꿈틀거리다/ 정숙자  (0) 2010.09.26
보름달/ 정숙자  (0) 2010.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