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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사진과 크리스마스/ 최류빈

검지 정숙자 2019. 1. 13. 20:39

 

 

    애인 사진과 크리스마스

 

    최류빈

 

 

  너와 할 일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크리스마스엔 애인과 사진을 찍지 않는다. 박제되어 영영 나이 먹지 않는 젊은 연인

 

  백합을 찍었더니 죽은 말라꽃이 현상됐다. 하얗게 마른 너의 네 번째 손가락 싸락눈처럼 빠져나가는 백금반지를 보며

 

  컴컴한 세계와 저 붉은 은총들 코에 걸고 순록놀이를 할 때마다 송송   뿔이 돋았다

 

  붉은 알전구가 코에서 빛난다, 홍역을 앓고 쓰러지는 무수한 크리스마스트리 편백나무 숲에서

 

  그건 네가 눈의 모양으로 울고 있다는 거지 우리는 눈의 속성으로 가끔 불꽃 이야기를 하고

 

  사진에서 눈이 내려 얼룩이 번지면 폴라로이드…… 우리는 우는 표정

 

  파인 발자국 깊은 크레바스마다 늦게 눈이 쌓이고 굳겠지, 하얀 성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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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회 와인페어링 <포엠포엠 라임라이트 시낭송회> 팸플릿에서

  * 2019. 1. 12(토). 오후 3시, 합정동 '상상력발전소' 3층 <EL OTRO, EL MISMO 타인, 나 자신>   

  * 최류빈/ 2017년『포엠포엠』으로 시 부문 등단, 2019년《경상일보》로 동시 부문 등단, 시집『장미 씨, 정오에 피어줄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