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에서 날개가 꿈틀거리다
정숙자
안에도 밖에도 바람뿐이다
풍선은, 비눗방울은 입술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었던
증거
외로운 가슴 가슴이 그리움 껴안고 웃었던 울음
몸 어딘가 하늘빛 숨긴 아낙네들이 분만실 침상을 오르
내린다
구름 비 안개… 모르는 눈망울이야 얼마나 향긋하리야
전생에 둘렀던 양수를 벗고 세월 가득 신생아가 날아오
른다
몇몇 의사는 태를 자르고 그늘 한 올 들락거릴까 배꼽을
묶기에 여념이 없다
바람으로 숨 탄 모든 풍선은 머지않아 무너질 비누방울들
흐름을 알 수 없는 구름 뒤에서 더는 수용 불가능한 폭풍
이 내면을 팽창시킬 때
내리꽂힌 바람이 깃을 고른다
(이제)
눈을 감아야 할 때
지금은, 바로 오늘은 자신을 향해 날아야 할 때
-『문학과창작』2001.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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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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