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바닥에서 날개가 꿈틀거리다/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26. 00:53

 

  

    바닥에서 날개가 꿈틀거리다

 

    정숙자

                                                            


  안에도 밖에도 바람뿐이다

  풍선은, 비눗방울은 입술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었던

증거

  외로운 가슴 가슴이 그리움 껴안고 웃었던 울음

  몸 어딘가 하늘빛 숨긴 아낙네들이 분만실 침상을 오르

내린다

  구름 비 안개… 모르는 눈망울이야 얼마나 향긋하리야

  전생에 둘렀던 양수를 벗고 세월 가득 신생아가 날아오

른다

  몇몇 의사는 태를 자르고 그늘 한 올 들락거릴까 배꼽을

묶기에 여념이 없다

  바람으로 숨 탄 모든 풍선은 머지않아 무너질 비누방울들

  흐름을 알 수 없는 구름 뒤에서 더는 수용 불가능한 폭풍

이 내면을 팽창시킬 때

  내리꽂힌 바람이 깃을 고른다

  (이제)

  눈을 감아야 할 때

  지금은, 바로 오늘은 자신을 향해 날아야 할 때

     -문학과창작2001.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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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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