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정숙자
산소량 부족했던 눈-뭇 소리 가라앉은 눈-꼭대기까지
올라간 슬픔 한 눈금씩 지워나간 눈-동그란 게 길이다 굳
게 믿은 눈-새벽을 지나 아침을 지나, (물 밑 훤히 드러나)
오히려 캄캄한 정오를 지나 길어진 그림자 쉬게 하는 눈-
천 개의 눈을 합친 눈-꺾을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모서리
무디어진 눈-두드리고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 알아버린
눈-품안의 새 날려보낸 눈-더 이상 침몰/표류하지 않는
눈-어째도 어리숭한 눈-신용카드로 살 수 없는 눈-비
수보다 빠른 눈-천인절벽에 뿌리내린 눈-묻혀도 썩지
않는 눈-보이지 않는 눈 바라보는 눈-죽음이 목을 노려
도 수평을 유지하는 눈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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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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