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류미야
밤새 큰 그림자 벽지 위로 너울댔다
졸린 눈 비벼 뜨면 알전구 불빛 아래
한 번도 당신 것이 못 된
남의 옷 짓는 엄마
잰 발틀 소리가 개밥바라기 별로 뜬 밤
머루알 같은 어린 잠들 밤모롱이서 익는 동안
꽃잠과 바꾼 옷 한 채는
다순 밥이 되었다
못 떨친 약봉지는 희망의 躊躇痕
기운 쪽창 틈으로 가는 별 찾아들 때
어머니 밭은기침은 울걱,
붉은 꽃으로 피고
꽃숭어리들 깔깔대던 여학교 졸업식 날
난생 처음 나비옷 손수 지어 입으시고
화안한 햇살 아래서
박꽃처럼 웃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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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눈먼 말의 해변』에서/ 2018. 6. 8. <솔출판사> 펴냄
* 류미야/ 2015년 월간 『유심』신인상 시조 등단, 2014년 제3회 님의침묵전국백일장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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