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엄마/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18. 6. 20. 17:31

 

 

    엄마

 

   류미야

 

 

  밤새 큰 그림자 벽지 위로 너울댔다

  졸린 눈 비벼 뜨면 알전구 불빛 아래

  한 번도 당신 것이 못 된

  남의 옷 짓는 엄마

 

  잰 발틀 소리가 개밥바라기 별로 뜬 밤

  머루알 같은 어린 잠들 밤모롱이서 익는 동안

  꽃잠과 바꾼 옷 한 채는

  다순 밥이 되었다

 

  못 떨친 약봉지는 희망의 躊躇痕

  기운 쪽창 틈으로 가는 별 찾아들 때

  어머니 밭은기침은 울걱,

  붉은 꽃으로 피고

 

  꽃숭어리들 깔깔대던 여학교 졸업식 날

  난생 처음 나비옷 손수 지어 입으시고

  화안한 햇살 아래서

  박꽃처럼 웃던 엄마

 

    -----------

  * 시집『눈먼 말의 해변』에서/ 2018. 6. 8. <솔출판사> 펴냄

  * 류미야/ 2015년 월간 『유심』신인상 시조 등단, 2014년 제3회 님의침묵전국백일장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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