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승훈 가다/ 강희근

검지 정숙자 2018. 6. 12. 16:00

 

 

    이승훈 가다

    

   강희근

 

 

  그는 안개다

  안개로 왔다가 안개로 갔다

  저무는 것은 시간이지만

  저물지도 않고 갔다

 

  그의 집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의 하늘도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가 본 사물A 그 시편들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는 손바닥 안에서 손바닥이다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는 발바닥 안에서 발바닥이다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안개다

  안개로 왔다가 안개의 단추 서너 개 달다가

  안개의 신발

  털지도 않고 갔다

 

  누군가 그를 방장이라 했다

    -전문_

 

   * 이승훈 시인은 춘천에서 났고 왕십리에서 직장에 다녔고, 진주에다가 처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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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사』 2018. 3-4월호 <신작특집>에서

  * 강희근/ 196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