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가다
강희근
그는 안개다
안개로 왔다가 안개로 갔다
저무는 것은 시간이지만
저물지도 않고 갔다
그의 집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의 하늘도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가 본 사물A 그 시편들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는 손바닥 안에서 손바닥이다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그는 발바닥 안에서 발바닥이다가 잠시
춘천이다가
왕십리이다가
진주이다가
안개다
안개로 왔다가 안개의 단추 서너 개 달다가
안개의 신발
털지도 않고 갔다
누군가 그를 방장이라 했다
-전문_
* 이승훈 시인은 춘천에서 났고 왕십리에서 직장에 다녔고, 진주에다가 처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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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사』 2018. 3-4월호 <신작특집>에서
* 강희근/ 1965년 《서울신문》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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