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집 속의 시

오민석 『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우디에게 바치는 노래 : 밥 딜런

검지 정숙자 2018. 6. 10. 13:15

 

 

    우디에게 바치는 노래

 

     밥 딜런(Bob Dylan, 1941~ )

 

 

  난 집에서 천 마일이나 떨어진 여기에 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이 내려간 길을 걸으며

  나는 당신 세상의 사람들과 사물들을 보지요

  당신의 극빈자들과 소작농들과 왕자들과 왕들을

 

  헤이, 헤이, 우디 거스리, 난 당신에게 노래를 하나 썼지요

  내 앞에 다가오는 재미있고 낡은 세상에 대하여

  병들고 굶주리고 지치고  찢겨진 세상에 대하여

  세상은 죽어가는 중인 것 같고 거의 태어나지도 않은 것 같아요

 

  헤이, 우디 거스리, 그러나 난 당신이 알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그리고 그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나는 그 노래를 부르고 있지요, 그러나 제대로 부를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을 한 사람들이 많지 않거든요

 

  이것은 또한 시스코와 소니와 레드벨리에게 바치는 노래예요

  그리고 당신과 함께 여행한 모든 선한 사람들에게도 바치지요

  이것은 먼지와 함께 왔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진

  모든 사람들의 심장과 손들에게 바치는 노래예요

 

  나는 내일 떠나요, 그러나 오늘 떠날 수도 있었지요

  어느 날 어딘가의 길을 따라 아래로

  내가 하고 싶은 마지막 일은

  나도 당신처럼 어떤 힘든 여행을 해왔다고 말하는 거지요

     - <우디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Woody> 전문-

 

    

   난 내일 이곳을 떠나요(발췌)_ 오민석

  딜런의 데뷔 앨범에 실린 이 노래는 딜런이 당시에 자신의 우상이자 롤 모델이었던 우디 거스리에게 헌정한 노래이다. 데뷔 앨범에 딜런이 만든 이 노래가 이 곡을 포함하여 단 두 곡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노래는 사실상 딜런의 데뷔곡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노래가 데뷔 이후 싱어송라이터로서 딜런이 지속적으로 유지해온 창작방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딜런의 음악과 가사는 매우 '상호텍스트적(intertextual)'이다. 딜런은 타자의 텍스트를 내면화시키고 그것을 자신의 텍스트로 재생산하는 '기술'의 귀재이다. 위 노래의 첫 번째 행 ('나 여기 내고향에서 천 마일 떨어진 곳에 와 있어요")은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현실의 '로버트 짐머만'(밥 딜런의 본명: Robert Allen Zimmerman'로버트 알렌 짐머만_ 블로그 참조, 이 책 47쪽)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상상계의 새로운 스타트 라인에 선 '밥 딜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새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삶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다. 그는 이 출발의 공간에서 '거스리'를 호명(헤이, 헤이, 우디 거스리')한다. 이 단계에서 우디 거스리는 그가 도달해야 할 목표였다. 그는 거스리를 자신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존재로 간주한다. 우디 거스리는 그에게 일종의 거대한 문화적 '유산'이며 "시스코(Cisco)와 소니(Sonny), 그리고 레드벨리(Leadbelly)"는 거스리와 함께 포크의 전통을 대표하는 가수들이다. 딜런은 데뷔곡을 통해 자신이 이렇게 전통의 충실한 계승자임을 밝히고있다. (p.93~95.) 

 

   ------------

  * 살림지식총서 567밥 딜런 그의 나라에는 누가 사는가/ 2018. 5. 23. <(주)살림출판사> 펴냄

  * 오민석/ 충남 공주 출생, 1990년 『한길문학』창간 기념 신인상으로 시인 등단, 1993년 《동아일보》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 당선, 시집 『그리운 명륜여인숙』 『기차는 오늘밤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다』, 문학이론 연구서 『현대문학이론의 길잡이』『정치적 비평의 미래를 위하여』, 대중문화 연구서 『나는 딴따라다: 송해평전』, 시 해설서 『아침 시: 나를 깨우는 매일 오 분』, 산문집 『개기는 인생도 괜찮다』, 번역서 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등, 현재 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부석 평론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