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인가요? 외 1편
임하초
눈발이 가슴 속을 헤집어도
우는 소리를 내지 않아야 오는 것인지
하얀 매화꽃이 떠는 입술처럼 보여도
오지 않았습니다
송홧가루 그림이 부서져 갈 때도
그의 발자국은 아직 들리지 않았지요
시인의 이름으로 정해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불혹의 나이가 되어 알곤
소나기 퍼붓던 날 서럽게 울었습니다
시인이 버린 눈물만이라도 갖고 싶었지요
세상의 어둠을 정화할 수 있고
그 그림자마저도 오색으로 빛나는
빛의 사람일 것 같았으니까요
서리꽃에 향기가 나지 않아
미명에도 몸부림치고
섬광의 섭리가 가슴에 머물면
손끝이 떨려 울고 있는 이가
시인인가요?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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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진실을 말하려고 사는 것이다
진실을 알리지 못해
진실을 말해도 믿지 않으면
결국 삶을 포기한다
삶의 마지막은 진실이다
삶이란 진실을 남기고 가는 것이다
진실은 결국 겸손인데
우리는 아직도 교만한 것은 아닌가
겸손하게 말하는 진실은
죽음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전문-
해설> 한 문장: 일찍이 『고통의 축제』라는 시집을 낸 정현종 시인은 "나는 왜 행복을 노래해서는 안 되는가"라는 고뇌에 찬 말을 한 바 있다. 이 한 마디는 근대문학 이후의 그릇된 '부정의 논리'에 대한 도전의 언어가 아니었나 싶다. (……) 개관사정蓋棺事定, 개관논정蓋棺論定…. (조명제/ 시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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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영혼까지 따뜻한 하늘 우러러보다』에서/ 2018. 5. 30. <문화발전소> 펴냄
* 임하초/ 충남 연기 출생, 2011년 『한국수필』수필 부문 등단, 2016년 『시See』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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