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모서리
성숙옥
12월의 창가에 서면
마음은 겨울 강처럼 줄어들고
한 생각만 남는다
그 바다
검은 파도가 삼킨 오빠 그림자
물결의 산이 소용돌이친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수장되지 못하는 시간에
올가미를 씌워
소금 기둥을 만들었다
저 심연의 뼈에 새긴 어둠엔
멈춘 호흡을 운구하는 파도가 있다
닿을 수 없는 물
그 지점의 검푸른 아가미가
토해 내는 각이 꺾인 얼굴
루비콘 강을 건너온 그 물의 모서리에
찔린 내 눈은 검게 충혈되고
-전문-
해설> 한 문장: 물'이라는 세계와 '자아' 사이에 대립, 갈등을 전제로 하여 시상이 전개된다. 곧 여느 때의 '물'이 지닌 평정의 이미지를 벗어나 "물의 모서리"로서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 시는 수년 전 필리핀 해변에서 익사한 오빠의 죽음을 처절하게 회억한 내용들로 그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검은 파도가 삼킨 오빠 그림자/ 물결의 산이 소용돌이친다"든가, "루비콘 강을 건너온 그 물의 모서리에/ 찔린 내 눈은 검게 충혈되고" 등의 시구는 상상의 세계가 아닌 화자가 겪은 처절한 슬픔의 상태를 드러낸 시편이다. (문광영/ 문학평론가)
------------
* 시집『달빛을 기억하다』에서/ 2018. 5. 25. <시문학사> 펴냄
* 성숙옥/ 201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인가요? 외 1편/ 임하초 (0) | 2018.06.01 |
---|---|
흘러간다/ 성숙옥 (0) | 2018.05.29 |
더 아프지 말기를 외 1편/ 이원구 (0) | 2018.05.28 |
맹그로브 숲/ 권여원 (0) | 2018.05.27 |
렌즈구름*/ 권여원 (0)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