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흘러간다/ 성숙옥

검지 정숙자 2018. 5. 29. 23:50

 

 

    흘러간다

 

    성숙옥

 

 

  나뭇가지들이 바다의 꿈을 꾸는

  강에서

  나를 비추는 물길에

  세상에서 엉키고 찢긴 말의 부스러기 버린다

  말에 얽힌 시간이

  무게를 담그며 흘러간다

  내가 던진 소리의 파문,

  강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곧 지워지고

  철렁임을 몰랐던 때와 같아진다

  사랑하는 것들도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모두 평평하게 눕히는 물길

  슬픔까지 감추어 버린다

  깊은 곳일수록 속을 내비치지 않고

  고일 눈물 같은 것은 없다는 듯

  다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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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달빛을 기억하다』에서/ 2018. 5. 25. <시문학사> 펴냄

   * 성숙옥/ 2012년 『시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