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성숙옥
나뭇가지들이 바다의 꿈을 꾸는
강에서
나를 비추는 물길에
세상에서 엉키고 찢긴 말의 부스러기 버린다
말에 얽힌 시간이
무게를 담그며 흘러간다
내가 던진 소리의 파문,
강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하지만
곧 지워지고
철렁임을 몰랐던 때와 같아진다
사랑하는 것들도 외면하고 싶은 순간도
모두 평평하게 눕히는 물길
슬픔까지 감추어 버린다
깊은 곳일수록 속을 내비치지 않고
고일 눈물 같은 것은 없다는 듯
다 흘려보낸다
------------
* 시집『달빛을 기억하다』에서/ 2018. 5. 25. <시문학사> 펴냄
* 성숙옥/ 2012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발터 벤야민을 읽는 밤/ 최서림 (0) | 2018.06.03 |
---|---|
시인인가요? 외 1편/ 임하초 (0) | 2018.06.01 |
물의 모서리/ 성숙옥 (0) | 2018.05.29 |
더 아프지 말기를 외 1편/ 이원구 (0) | 2018.05.28 |
맹그로브 숲/ 권여원 (0) | 2018.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