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은행나무 슬하에서
박서영(1968-2018, 50세)
저것은 몸에서 울음 다 발라내고
은행나무 금관을 쓴 채 발견된 사랑의 배후
속이 텅 빈 황금빛 껍데기 속에 누가 손을 넣어보았나
안간힘으로 나무둥치에 붙어있는 사랑의 배후들
땅바닥에 떨어져 배 뒤집고 죽어있는 건
다 울고 자신을 버린 매미
얼마나 한스럽게 울다 생을 건너갔는지
죽어서까지 짓밟힐까 싶어
나무뿌리 쪽으로 슬며시 옮겨주었다
울음의 긴 설화를 받아 적고 있는 은행나무 잎사귀
아무리 손 흔들어도 이별할 수 없어
천 년이 지나면 끝날 것 같지?
아무래도 우리와 황금빛 허물은 은행나무에 업혀
천 년을 더 살아낼 수 있을 것만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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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태산은행나무를사랑하는사람들『천태산 은행나무 읽는 법』에서/ 2017.10.1.<詩와에세이>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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