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창/ 박무웅

검지 정숙자 2017. 9. 22. 19:49

 

 

   

 

    박무웅

 

 

  반짝이는 머리를 내밀고

  창이 날아간다

  몸도 꼬리도 하나인 창이

  눈 부릅뜨고 과녁을 찾아간다

  공중은 비어 있어서 힘이 없지만

  저 넓은 창공을 고집스럽게

  좁고 빠르게 날아간다

 

  예각銳角의 눈으로,

  떨리는 방울뱀의 꼬리로 날아가는

  저 짧은 여정 어디에

  일생의 관통이 있을 것인가

 

  지상의 나무들이 느리게

  꼿꼿한 하늘의 중심으로 날아가지만

  살의殺意의 추진 체를 벋어나려

  창은 맹렬하게 날아간다

 

  날아가면서 창대에 꽃피고

  뽀족하고 날카로운 끝은 무뎌지고 닳아서

  상서祥瑞로운 의복을 꿰매는

  바늘이 될지도 모른다

 

  창이 날아간다

  저의 뾰족한 몸 하나 박힐 그 공간을 찾아

  창신創新의 정복지를 찾아

  제 힘 닿는 곳까지 날아갈 것이다

 

  창에겐 어딘가에 있을 명중의

  과녁이 날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죽음의 창이 날아가면서 그 "창대"에 꽃이 피는 광경은 '시-되기'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 시는 강함의 약함과 약함의 강함 사이, "호통"과 "다정" 사이에서 핀다. 시는 기관 없는 신체에 기관을 달아주되, 그 기관을 다른 기관들과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창 기계는 바늘 기계로 바뀌고, 죽음의 창대에서 꽃이 핀다. 가난 기계가 사랑 기계를 볼러오고, 높은 기계가 낮은 기계로 변한다. 그리하여 시는 기계와 기계 사이에서 피는 꽃이다. (오민석/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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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끼, 라는 날개』에서/ 2017. 7. 30. <도서출판 달샘> 펴냄

  * 박무웅/ 충남 금산 출생, 1995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소나무는 바위에 뿌리를 박는다』『공중국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