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울추 저울눈
정숙자
이 겨울은 곧 지나갈 것이다
이보다 더한 혹한이 또 닥칠 것이다
어찌 여겨도 해로울 리 없는
그것은 견딤
그것은 겪음
우리가 만일 뜻밖의 북풍에 휘말린다면 이게 곧 자연이다, 훌쩍거리자
낮아지면 견딜 수 있다. 더 이상 내려설 수 없는 곳에 다다랐을 때 약한 울음을 꺼내면 된다
자연을 모방한다는 것
허구가 아니라는 것
계란 한 알도 허점이 없다, 삶으로 꽉 차 있다
견디지 않아도 되는 전제란
겪지 않아도 되는 존재란
그런 생애란 어느 하늘에서도 팔지 않는다
뭣 하나 건지지 못할지라도
가라앉히고, 멈추고, 미풍조차 봉인시킨 뒤 '견딤'을 '겪음'으로 바꾸는 사이. 그 속에 새로운 눈/코 날개도 스며들리니. 새가
되는 길이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그 얇은 껍데기 속에 견딤과 겪음을 돕는 사유다.
매번 그렇게 낮아진다면 구태여 껍질을 깨지 않아도
생각하는 새를 만나게 되지
그리고 그와 나란히 높고 먼 창공을 날게도 되지
-『MUNPA』 2017-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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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공검 & 굴원』(2부/ p. 62-63)에서/ 2022. 5. 16. <미네르바>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 『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외, 산문집 『행복음자리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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