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회旋回하는 가을
김경린(1918-2005, 87세)
저녁 노을이
하이얀 은지銀紙를
나의 가슴에 바르고
지나가던 날
구름을 향하여
한층 더 가벼워지는 지구에
실오리 같은 가을이 쏟아져 왔다
오랜
세월을 두고
메마른 습성이
나의 피부에 잦아들면
그리운 벗이여
어린날에 두고 온
검은 벽화의
모습마저 잊어버려야 하는가
머얼리
나의 영토가
바람결에 나부낄 때
나는 부드러운 사랑의
속삭임도 없이
아스러운 공간 위에
채찍처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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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2017-가을호 <권두시 >에서
* 김경린/ 함경북도 경성 출생, 일본 와세다대학 토목과 졸업, 제5회 한국문학평론가협회 문학상 수상, 제3회 상화 시인상 수상. <신시론> <후반기> <DIAL>동인,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공저 1949), 『현대의 온도』(공저, 1957), 『태양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서울』(1985), 『서울은 야생마처럼』(1987), 『그 내일에도 당신은 서울의 불새』(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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