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목*
정숙자
1
또 팔뚝 하나 바람이 끌고 간다
온몸 딸려나간다
억누른 신음만이 제자리 박혀 일만이천 봉우리를 접는다
2
이 하루 저 한 해가 비틀고 더듬는다
서성이는 그림자, 술렁이는 목소리, 청룡언월도 숨겨둔
구름
짧은 칼도 피에는 깊다
3
물결치는 뭇 산 웃고 넘는 삶
너도 산 나도 산이다
백 년, 천 년, 억만 년 아니아니 십 년만 앞당겨 돌아보아
도
오늘의 산은 산이 아닐 걸
4
절벽에 돋아났어도 강을 건넌 나무가 바로 문인목
5
그의 과거를 이길 수 있는 그늘은 없다
뛰어넘을 잎새는 없다
일초일순 잠들지 못한, 정수리보다 눈물이 푸른
6
평지의 잣대로 재면 안된다
하늘도 멀리 달아나는 늪 비바람 끊임없이 솟아나는 숲
그 모서리에 걸린 나날을 고독에 그을린 빛을
-전문-
* 문인목(文人木): 천인단애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나무
-『펜문학』2006.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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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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