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시집 · 열매보다 강한 잎

물별/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10. 9. 21. 03:48

 

   물별 

                        

   정숙자



  1

 태양은 오늘도 산란기다

 강물 가득 흔들리는 물별을 봐라

 붕어로 송사리로 쏘가리로… 맑고 따뜻한 지느러미로…

바람으로 몸이 풀린다

                   

   2

 한가람 은물결 위에 멍석 한 닢 떠내려가네

 올록볼록 선친 기침소리 떠내려가네

 은하계 엎질러져 떠내려가네

 우리 어머니 밭 매고 돌아오실 때

 얼굴에 흐르던 땀방울들도 저기 돌아와 반짝거리네


   3

 예술을 동경한 몇몇 물별은 여인에게 스며 태아로 크고

나비를 사랑한 몇몇 물별은 대지에 들어가 꽃을 꺼내고 새

소리 그리운 몇몇 물별은 품 넓은 나뭇가지와 잎새들을 뿜

어 올리고


   4                      

 나도 한 알 물별일 게다

 어머니가 우물물 길어 마실 때 따라 들어간 빛살일 게다

 절망에 먹히는 삶일지라도 어둠만은 아닐 것이다                 

 뒤져라, 뒤져라, 뒤져라…

 DNA가 태양이란다    

 네 몸에 흐르는 유전인자는 굴절을 모르는 광선이란다


   5

 강물 바라볼 때 아늑했음도

 건네 받은 물 한 그릇 두고두고 고마웠음도

 <물별> 그 이름이 그토록이나 간절했음도                  

 해돋이엔 저절로 눈이 뜨이고 이슬 내린 풀언덕 정다웠

음도       

 물로써 마지막 발을 헹구고… 하늘로 햇살로… 다시 물

방울로 되돌아감도

                     

   6

 흘러야 물이다 떠내려가네                    

 구름 걸린 산봉우리 떠내려가네                    

 지구를 감은 많은 길들도 발자국 빛내며 떠내려가네

 우리 모두는 태양이란다

 태양이 낳은 태양을 닮은 태양의 물별이란다 

     -현대시2004. 7월호

 

     -------------

  *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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