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별
정숙자
1
태양은 오늘도 산란기다
강물 가득 흔들리는 물별을 봐라
붕어로 송사리로 쏘가리로… 맑고 따뜻한 지느러미로…
바람으로 몸이 풀린다
2
한가람 은물결 위에 멍석 한 닢 떠내려가네
올록볼록 선친 기침소리 떠내려가네
은하계 엎질러져 떠내려가네
우리 어머니 밭 매고 돌아오실 때
얼굴에 흐르던 땀방울들도 저기 돌아와 반짝거리네
3
예술을 동경한 몇몇 물별은 여인에게 스며 태아로 크고
나비를 사랑한 몇몇 물별은 대지에 들어가 꽃을 꺼내고 새
소리 그리운 몇몇 물별은 품 넓은 나뭇가지와 잎새들을 뿜
어 올리고
4
나도 한 알 물별일 게다
어머니가 우물물 길어 마실 때 따라 들어간 빛살일 게다
절망에 먹히는 삶일지라도 어둠만은 아닐 것이다
뒤져라, 뒤져라, 뒤져라…
DNA가 태양이란다
네 몸에 흐르는 유전인자는 굴절을 모르는 광선이란다
5
강물 바라볼 때 아늑했음도
건네 받은 물 한 그릇 두고두고 고마웠음도
<물별> 그 이름이 그토록이나 간절했음도
해돋이엔 저절로 눈이 뜨이고 이슬 내린 풀언덕 정다웠
음도
물로써 마지막 발을 헹구고… 하늘로 햇살로… 다시 물
방울로 되돌아감도
6
흘러야 물이다 떠내려가네
구름 걸린 산봉우리 떠내려가네
지구를 감은 많은 길들도 발자국 빛내며 떠내려가네
우리 모두는 태양이란다
태양이 낳은 태양을 닮은 태양의 물별이란다
-『현대시』2004.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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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열매보다 강한 잎』에서/ 2006.9.25. <(주)천년의시작> 펴냄
* 정숙자/ 1952년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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