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격론規格論
박수중
동물병원 애완견 철창 속에
족보 꼬리표가 붙어있던 나는
어느 날 35층 아파트로 팔려갔다
주인은 나를 목욕시킨 뒤 내 피부를
스님의 독두禿頭처럼 깨끗이 밀어버렸다
그리고는 붉고 푸른 그러나 나에게는
옥죄기만 하는 죄수복을 입혔다
먹는 것은 정체불명의 알약이었고
늘 같은 것이었다
나는 점차 맛을 잃어갔다
그들에게 재롱을 소모할 때를 빼고는
나는 거의 골방 구석에 갇혀 지냈다
며칠에 한 번씩 식구들이 나를 끌고
산책을 할 때에만
나는 목이 끌리면서도 조금 살아났다
그렇게 두 살쯤 나이를 먹자
주인은 나의 생식기를 제거해 버렸다
저 심장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분노를
울부짖고 싶었지만
성대는 이미 절제切除되어 있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애완견의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그 비극은 애완견 철창 속에 갇혀 지내다가 35층 아파트로 팔려나가 주인은 애완견의 뜻과는 무관하게 전신의 털을 밀어버리고 붉고 푸른 죄수복을 입힌 데서 온다. 늘 알약을 먹어야 했고 입맛은 잃어갔고 늘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야 했다. 어쩌다 산책을 할 때 목이 매인 채 끌리듯 나돌아보는 것이 자유의 전부였다. 주인은 애완견의 생긱기를 절단하고 드디어 울지도 못하게 성대마저 잘랐다./ 애완견은 인간에게 사육되고 인간이 필요한 때 재롱거리로 사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시인은 무엇을 말하기 위해 애완견의 비극을 말하는 것일까. '족보 꼬리표'와 '죄수복'이 환기하는 것을 주목할 수 있다. 한 번 꼬리표는 영원한 꼬리표라는 점, 죄수는 남녀 성별과 관계없이 멍에를 걸머지고 살아야 하는 치죄된 자의 모습이다. 일단 이 시는 인간이 가지는 본질적인 부조리에 관한 것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시대적인 의미의 순응주의에 묶여 있는 자의 비극에 관한 것일 수 있다. (윤애경/ 문학평론가,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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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戀詩選集『박제剝製』에서/ 2017. 8. 10. 편집기획:미네르바 <도서출판 지혜> 펴냄
* 박수중/ 2010년『미네르바』등단, 시집『꿈을 자르다』『볼레로』『크레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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