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잎의 사유思惟
윤준경
녹음이 짙은 여름날 숲에 들어 보셨나요
일찍이 져버린 나뭇잎들, 쓸쓸히 떠돌고 있습니다
푸른 나무의 그늘을 두고 죽음을 택한 잎새들
모든 빛나는 것 뒤에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음을 알
게 합니다
처음 나무의 몸을 열어 지상에 봄을 가져온 잎들
역사의 뒤안길에 스러져 간 용기 있는 사람들을 떠
오르게 합니다
바람을 따라가는 유랑극단의 행렬처럼
발길에 밟히고 바퀴에 부서지며
새로운 그늘을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려는,
죽어가면서 벌레의 씨를 품고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한 뜨거운 헌신을
울창한 여름 숲에서
나는 보았지요
*『새의 습성』에서/ 2011.1.30 도서출판 <시와시학> 펴냄
* 윤준경/ 경기 양주 출생, 1995년『한맥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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