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낙타/ 심은섭

검지 정숙자 2011. 3. 24. 14:34

    낙타


    심은섭

 


  문이 열리면 저 문이 열리면

  난 사막으로 돌아가리라

  녹슨 나팔로 폴카의 노래 부르며

  신기루와 태양이 구워낸 모래알이 뒹구는

  사막으로 돌아가리라

  오아시스에서 놀다가 모래바람이 손짓하면

  폭풍 속 모래의 나라

  난 사막으로 돌아가리라

  밤마다 나의 침실엔 모래 우는 소리

  이미 모래땅에 묻힌 나는

  돌아가, 사막으로 돌아가

  울안에서 보석으로 살던 꿈을 버리고

  모래언덕 아래 화석으로 남으리라

  입안 가득 모래톱을 베어 문 지금

  뼈들이 쇠진하여 돌아갈 수 없다면

  하나 둘 빠져나가는 몸속 깃털만이라도

  내 눈알 속에서 떠도는

  사막에 묻히리라



 *시집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에서/ 2009.7.7<문학의전당>펴냄

 *심은섭/ 강원 강릉 출생, 2004『심상』으로 등단

                         2006《경인일보》신춘문예 당선

                     2008『시와세계』로 문학평론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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