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만
김영남
파도는 파도와 싸워
빛난다. 싸워 빛나지 않는 것들은
파도가 아니다. 손을 높이 들고
날 초대하지 않고 싸울 때
파도는 더 빛난다
빛나는 것들은 빛나는 것들끼리
날카로운 것들은 날카로운 것들끼리
모이게 하자.
모아두면 서로 아무것도 아닌 것들끼리.
절벽 앞에서 거품도 뿜게 하자.
큰 거품이 작은 거품을 깔고 앉지만
작은 거품이 큰 거품을 삼켜버릴 때
박수를 치자 파랗게
삼삼칠 리듬을 해변으로 보내자.
파도에게 박수 쳐본 사람은 동의하리라.
큰 거품이란 거품이 없는 거품이 진짜 큰 거품이고
파도란 싸우지 않고 전진하는 게 진짜 큰 파도라는
것을.
절벽과 마주앉아 한잔 크게 나누어보지 않으면 잘
모르리라.
보라, 저기 강진만 바다를
싸우지 않고 어깨동무하고 가는 것들을
모두가 역동이요 생산성이다.
쉬는 사람 없는 취업률 100% 사회다.
파도 위 갈매기는 출장 가는 군청 문화관광과장이고
물질하는 가마우지는 우리 회사 보일러실 기술 주
임이다.
자, 돛을 올려라 칠량 전망대에서
저 강진만 바다를 형님! 형님! 하고 불러보자.
* 시집『가을 파로호』에서/ 2011.2.28 (주)문학과지성사 펴냄
* 김영남/ 전남 장흥 출생, 1997년《세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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