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인심 獸面人心 -1
윤준경
서울대공원에 있는 코끼리거북이는 102살, 에콰도르에서 수놈 두 마리가 함께 와 한 놈이 죽자, 남은 한 놈이 슬픔에 잠겼다.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우울증에 걸렸다. 식음을 전폐했다.
고심 끝에 사육사는 2살짜리 붉은 코아티너구리를 거북이 울에 넣어 주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코아티너구리들은 겁도 없이 거북이 주변을 뛰어 돌아다니며, 심지어 등에 올라가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온갖 난리 블루스를 떨었는데,
그런데 웬일인가 놀랍게도 거북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밥을 먹고 헤엄을 치고 너구리들과 친구가 된 것이다.
다시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새의 습성』에서/ 2011.1.30 도서출판 <시와시학> 펴냄
* 윤준경/ 경기 양주 출생, 1995년『한맥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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