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이슬이 비치다/ 권귀순

검지 정숙자 2017. 8. 6. 13:13

 

 

    이슬이 비치다

 

    권귀순

 

 

  만삭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 이슬이 비쳤어

 

  이슬이 비친다

  젖고 스미는 이 말

  맨 처음 지은 사람의

  울음 빛 마음이 만져진다

  이 아름다운 상징에는

  어렴풋한 슬픔이 묻어 있다

 

  아기가 세상으로 오기 전

  처음 보낸 전언이

  이슬이라니

  풀잎에 맺혔다 스러지는

  이슬이라니

  이슬로 왔다 갈 것을

  아기는 이미 안다는 걸까

 

  물에 있는 아기가 물로 보낸 말

  이슬이 비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결국 좋은 시란, 근원적 기억이나 개인 신화적 이미지를 구체적 형상으로 재현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형식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생성하면서 개인의 언어를 넘어 독자에게 가 닿아 울리는 언어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에게 물은 웃음이고 울음이다. 아름다운 상징이고 금방 맺혔다 스러지는 소멸이며 물인 존재가 또 다른 물 같은 존재에게 보내는 출렁이는 전언이다. 때로는 '이슬' 같이 미세한 기미가 우주적 굉음보다 더 크게 울린다. 어미가 될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크고 두려우며 울고 싶도록 감동적인 전언이 또 어디 있을까.  (안차애/ 시인, 문학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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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백년 만에 오시는 비』에서/ 2017. 7. 31. <시산맥사>펴냄

  * 권귀순/ 서울 출생, 2000년『펜과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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