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 비치다
권귀순
만삭의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 이슬이 비쳤어
이슬이 비친다
젖고 스미는 이 말
맨 처음 지은 사람의
울음 빛 마음이 만져진다
이 아름다운 상징에는
어렴풋한 슬픔이 묻어 있다
아기가 세상으로 오기 전
처음 보낸 전언이
이슬이라니
풀잎에 맺혔다 스러지는
이슬이라니
이슬로 왔다 갈 것을
아기는 이미 안다는 걸까
물에 있는 아기가 물로 보낸 말
이슬이 비친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결국 좋은 시란, 근원적 기억이나 개인 신화적 이미지를 구체적 형상으로 재현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형식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생성하면서 개인의 언어를 넘어 독자에게 가 닿아 울리는 언어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에게 물은 웃음이고 울음이다. 아름다운 상징이고 금방 맺혔다 스러지는 소멸이며 물인 존재가 또 다른 물 같은 존재에게 보내는 출렁이는 전언이다. 때로는 '이슬' 같이 미세한 기미가 우주적 굉음보다 더 크게 울린다. 어미가 될 사람에게 그보다 더 크고 두려우며 울고 싶도록 감동적인 전언이 또 어디 있을까. (안차애/ 시인, 문학치료사)
-------------
* 시집『백년 만에 오시는 비』에서/ 2017. 7. 31. <시산맥사>펴냄
* 권귀순/ 서울 출생, 2000년『펜과문학』으로 등단, 시집 『오래된 편지』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유리멧새/ 연명지 (0) | 2017.08.07 |
|---|---|
| 얼굴/ 김유섭 (0) | 2017.08.06 |
| 검은 새/ 함태숙 (0) | 2017.08.06 |
| 하루, 그 붉은 무덤/ 김밝은 (0) | 2017.08.05 |
| 무소식 외 2편/ 강우식 (0) | 2017.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