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하루, 그 붉은 무덤/ 김밝은

검지 정숙자 2017. 8. 5. 13:18

 

 

    하루, 그 붉은 무덤

 

    김밝은

 

 

  사랑은,

  세상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에도 이름을 붙이는 일

 

  한 번만이라도 여자로 살고 싶다는 유언 같은 말이 혈관

속을 서성거렸다

 

  활의 허리로 젖혀지던 목숨

  반질거리는 시간의 푸른 이마에 잠시 얹혀있던 때에도

  열꽃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몸으로 숨죽여 울었을까

  전생에 풀지 못한 죄 하나 품어 온몸이 저리도록 흔들렸

을까

 

  혼돈의 그림자를 늘어뜨린 붉은 달을 딛고

  떠나갈 시간을 누군가 빠르게 잡아당긴다

 

  속눈썹 사이로 들어오는 돌연한 풍경을 숨 부여잡고 바

라보면

  동박새들은 살아있음의 죄를 묻듯

  쉼 없이 핏빛 울음을 떨어트렸다

 

  머리 풀어헤친 동백 숲에서의 찰라 같던 천년을 빠져나

오자

  난산 중이던 내 생의 절반도 기우뚱거리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말'은 그러므로 시인에게는 내면에 닿는 언어 그 이상의 '문장'의 기능을 하며, 과거의 '흔적'이고, '데자뷔Deja vu'이기에 이미 지나갔으나 여전히 되풀이 되는 시인의 개인적 역사와 순순히 만나고자 한다.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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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술의 미학』에서/ 2017. 7. 18. <편집 기획 : 미네르바 / 펴낸 곳 : 도서출판 지혜>

  * 김밝은(본명 김기옥)/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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