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그 붉은 무덤
김밝은
사랑은,
세상에 떨어진 눈물 한 방울에도 이름을 붙이는 일
한 번만이라도 여자로 살고 싶다는 유언 같은 말이 혈관
속을 서성거렸다
활의 허리로 젖혀지던 목숨
반질거리는 시간의 푸른 이마에 잠시 얹혀있던 때에도
열꽃처럼 뜨겁게 피어나는 몸으로 숨죽여 울었을까
전생에 풀지 못한 죄 하나 품어 온몸이 저리도록 흔들렸
을까
혼돈의 그림자를 늘어뜨린 붉은 달을 딛고
떠나갈 시간을 누군가 빠르게 잡아당긴다
속눈썹 사이로 들어오는 돌연한 풍경을 숨 부여잡고 바
라보면
동박새들은 살아있음의 죄를 묻듯
쉼 없이 핏빛 울음을 떨어트렸다
머리 풀어헤친 동백 숲에서의 찰라 같던 천년을 빠져나
오자
난산 중이던 내 생生의 절반도 기우뚱거리고 있다
-전문-
해설> 한 문장: '말'은 그러므로 시인에게는 내면에 닿는 언어 그 이상의 '문장'의 기능을 하며, 과거의 '흔적'이고, '데자뷔Deja vu'이기에 이미 지나갔으나 여전히 되풀이 되는 시인의 개인적 역사와 순순히 만나고자 한다. (전해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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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술의 미학』에서/ 2017. 7. 18. <편집 기획 : 미네르바 / 펴낸 곳 : 도서출판 지혜>
* 김밝은(본명 김기옥)/ 1964년 전남 해남 출생, 2013년『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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