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얼로그 2
- 포도나무 아래의 저녁
노준옥
- 해가 지고 있어요 엄마, 난 북두칠성을 심고 있
어요
- 엄마, 무서워요, 머리카락 사이로 포도나무가
자라고 있어요
- 얘야, 그건 일곱 살 때 그린 만화잖니? 넌 꿈을
꾸는구나
- 엄숙한 포도나무는 그만 잊어버리렴, 뿌리 같은
건 없어도 된단다
- 난 엄마의 높다란 구름머리를 질투해요, 제발
아무 데도 가지 마세요
- 얘야, 무서워하지 말고 지붕으로 올라가렴, 너
에겐 아직 평화가 필요 없단다
- 해가 지고 있어요 엄마, 난 북두칠성을 심고 있
어요
-전문-
해설> 한 문장: 얼어붙은 사진의 숨겨진 매혹 중 하나는 그 안에 비축된 힘이다. 얼어붙은 파도의 표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세로금이 가 있다. 그 금은 파도 하나하나의 결을 보여주는 듯하다.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파도의 간격이 일정하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파도의 힘은 차례로 그 앞의 물을, 물에 담겨 있는 사람을, 그리고 그 사람이 발 딛고 있는 땅을 밀어낸다. 물론 그 힘은 미약해서, 사람도 땅도 심지어는 물도 곧 원상태로 돌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알고 있다. 그 힘이 한 번이 되고 두 번이 되고 열 번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십년이 되고 백년 천년이 되면서, 좀처럼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비축된다는 것을. 얼어붙은 파도 사진(「얼어붙은 파도」, 출처- 해외커뮤니티)은 긴 세월 동안 응축되었던 힘을 한 번에 보여주는 듯하다. 그 힘의 결을, 그 힘을 몰아쳤던 시간을, 그리고 그 힘과 시간 뒤에 숨어 있는 어떤 근원적 동력을 보여주려는 듯하다.// 시 역시 마찬가지이다. 시는 단어 뒤에, 문장 뒤에, 표현 뒤에 숨어 있는 어떤 힘을 보여주려는 언어의 전략이다. 일상적으로 바화되고 청취되고 때로는 흘러가면서 소멸되곤 하는 언어의 뒤편에, 웅크리고 있는 정서와 생각의 결을 배치하는 고도의 전술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는 아름답다. 그 안에 힘도, 시간도, 고심도, 인내도, 모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전략 전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김남석/ 문학평론가,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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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모래의 밥상』에서/ 2011.6. 22. <시와사상사> 펴냄
* 노준옥/ 부산 출생, 2001년 『시와사상』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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