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겨울 생각 2/ 김밝은

검지 정숙자 2017. 6. 19. 01:26

 

 

    겨울 생각 2

 

    김밝은

 

 

  시집 몇 권 가방에 넣고

  바다로 떠났습니다

 

  기침이 책갈피 속에 끼어들어 있었는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쿨럭거려 그만

  책장을 덮었습니다

 

  그리움 없이도 견딜 수 있는지

  아픔의 꽃을 피워야만 시가 된다고

  못마땅한 생각들만 자꾸 두통으로 일어서고

 

  시간과 나란히 손잡고 지나가는 풍경들이

  따끔거리는 눈 속에서

  읽다 만 글자들과 함께 엉켜집니다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바닷가 마을 이름들을 지나

  거추장스러운 짐처럼 나를 내려놓고

  버스가 가버리고 나면

  이제 막 바다 위에 이불을 펴는 달이 와락 반가워지는

 

  겨울,

  대문을 밀고 나가면

  풍경보다 사람이 더 낯설게 나를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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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정신』2017-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밝은/ 2013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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