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 글
돌바기는 걸으려 하고, 두 돌바기는 뛰려 하고, 세 돌바기는 자신의 기록을 갱신한다. 누가 시킨 바도 없건만 유아기 때 벌써 인간은 진보 ․ 변화의 욕구를 체험하며 차츰 성장한다. 그리고 그것은 생명이 남아 있는 한 지속된다. 이런 일련의 현상들이 본능이라는 것을 나는 교실에서 공부할 때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내가 한 시인으로서 보다 나은 시를 쓰고자 하는 것 또한 자연의 이치일 터이다.
돌이켜보면 부끄러움이 크지만 내 나름대로는 전날의 시를 극복하려는 의욕으로 다섯 권의 시집을 묶은 바 있다. 그런데 이제서야 덜된 점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한없이 민망하게 한다.
이 시집에서는 두 이질적 요소의 문맥화를 위해서 연필심을 달궈보았다. 그리고 시간과 공간의 폭을 최소한의 음절에 담아보려고 했으며, 전통적 정서의 줄기에 현대시를 기능적으로 접목하고자 모자란 머리를 두들기고 상처내면서 서걱이는 면도날을 합죽선처럼 쥐고 지냈다. 그 과정에서 불태워진 많은 양의 종이와 우울, 品詞들에게 진혼곡을 바친다.
본 시집이 나오기까지 은혜를 베풀어주신 모든 분들, 특히나 시인으로서의 내 신산한 삶에 북극성이 되어주신 未堂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본 시집에 창작지원금을 수혜케 해 준 대산문화재단 관계자 및 심사위원 여러분, 그리고 도서출판 <한국문연>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 1998. 새봄 鄭淑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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