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시계/ 이완수

검지 정숙자 2017. 6. 14. 13:25

 

 

    시계

 

    이완수

 

 

  시퍼런 청춘예찬도 아닌데

  지금 그 나이에 관절 다 부서져

  고장 나면 큰일 나는데 뛰느냐고

  다가올 앞일을 헤아려 걱정한다

 

  오늘 아침

  폭우가 쏟아져 앞이 캄캄한데

  우산 받쳐들고 청승맞게

  뛰면서 생각한다

 

  세상 시계는 고장 나 버렸는데

  신기하고 묘한 조물주의 인체구조는

  순간도 놓치지 않는 생명의 시계

 

  생산일자 33

  유통기한 없음

 

  그동안 세월의 기한을 모르는

  내 안의 아날로그 주물주 시침

 

  내 두 발로 태엽을 감아주는 한

  별빛 시계 소리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문-

 

 

  해설> 한 문장: 결기 높은 인생 선언문이다. 33년생이지만 아직 활발히 시를 쓰고 있으니 내 인생에 유통기한이 없다는 선언이자 앞으로의 활동을 암시한 다짐이다. 그래서 84세의 여정을 밝힌 이완수 시인은 아직 청춘이다. 다리 관절 다 부서질지라도 끝없이 뛰는 의욕이 있으니 젊은 노인보다 나이 든 청춘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더구나 세상의 시계가 고장이 날지라도 조물주는 신기하고 묘하게도 내 인체의 시계를 멈추지 않으니 내 시계(내 몸)가 고장날 때까지 끝없이 시를 쓰겠다는 의욕을 밝히지 않은가. 그런 다짐을 통해 늙어가는 자신의 신체를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이자 조물주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내포한다. (강기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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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그대 머문 곳에』에서/ 2017. 4. 30. <도서출판 가온> 펴냄

  * 이완수/ 전북 진안 출생,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시인은 꽃씨를 심는다』『은혜의 핸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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