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풍장/ 김선근

검지 정숙자 2017. 6. 7. 17:05

 

 

    풍장

 

    김선근

 

 

  삼복더위, 축축 늘어지는 한낮

  망가진 우산 하나

  죽어서도 꼿꼿하네요

 

  거친 하늘 받아내던 그가

  중심 한 번 내어준 적 없는 그가

  시든 풀밭에 버려져 있네요

 

  작은 걸림에도 쉬이 등 돌리는

  타협이 난무하는 세상 한가운데

  꼿꼿이 서 있어 본 적 있나요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던 그가

  지켜야 할 게 있는 거라며

  붉은 녹에 휩싸여 삭아가네요

      -전문-

 

 

  해설> 한 문장: 버려진 우산을 의인화한 이 시는 문면에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정성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자신이 불편하면 못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타협이 난무하는 세상이 진정 괜찮은가 하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한 현실은 풀밭에 버려졌지만 자신의 중심을 지니고 있는 우산과 대비되면서 우리로 하여금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준다. 더욱이 때가 되면 '붉은 녹에 휩싸여 삭아가'는 것이야말로 지켜야 할 도리라는 시적 진술은 더 철학적이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앞에 말했듯이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라는 일원론적 세계는 삶의 결과보다는 방식 혹은 과정을 중시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는 점에서 철학적이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은 인생의 비의를 깨우쳐 또 다른 삶의 여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대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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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집『울음이 죽다』에서/ 2017. 6. 5. <북인> 펴냄

  * 김선근/ 1968년 경북 문경 출생, 2007년『현대시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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