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사랑에 대하여
-베네치아에서
임주희
물에 잠긴 시간이 광장으로 스며든다
악사의 어깨가 흔들리던 저녁
곤돌라의 카펫보다 더 붉은 심장을 가진 여자와
나비의 날개를 훔친 남자가
진흙 뻘에 속내를 묻는 의식을 치른다
바람이 노를 붙들고
발등으로 떨어지는 운율을 밀어내며 주저앉는다
음표들이 물에 닿자 여자의 심장은 색을 잃었고
남자의 훔친 날개도 아픈 단어가 되어 흩어진다
어눌해진 문장들이 진흙 뻘에 갇힌다
시간을 묶어둔 말뚝에 낀 푸른 이끼
벽돌들 사이에 심어둔 내재율은 다리에서 천사강림을 기다린다
심장이 드럼 박자에 따라 빠르게 뛴다
물결의 주름을 헤아리던 바람과 광장의 햇살은
골목 어딘가에 있을 듯한
뮈세와 상드의 빛나는 죄악에 대해 소근거린다
매일 밤
아코디언의 음표에 달라붙은 기억의 스펙트럼
길 아닌 길
물과 나누는 시간의 인사가 적절한 곳에서
사라지는 하루을 위하여 노을을 덮고 도시가 잠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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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문학』2017-여름호 <특집 | 부천 여성문학회 로마를 가다> 에서
* 임주희/ 2006년『문학세계』로 등단, (사)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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