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능혜他人能解*
이혜선
손잡이를 돌리면 쌀이 쏟아진다
큰 나무뒤주에서
하얀 이밥이 쏟아진다
이틀을 굶고 눈이 퀭한 내가 조심조심
손잡이를 돌린다, 맨발의 어미가 멀찍이 자루 들고 서 있다
오늘도 낙안들을 찾는 사람들
텅 빈 마음자루 들고 손잡이를 돌린다
큰 나무 뒤주에서 쌀이 쏟아진다
섬진강 넓고 따뜻한 인정이 끝없이 쏟아진다
-전문-
* 낙안 군수 류이주가 운조루에 설치한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뒤주에 '타인능혜'라고 써놓고 누구나 열어서 가져가게 했다.
▶ 마고의 심혼(발췌)_ 고명수/시인, 동원대 교수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교환되는 자본주의는 오로지 상품이라는 교환가치에 의해 존재한다. 자본주의의 비정함은 한 치의 예외도 허락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교환가치에 의해 평가되는 '차가운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세속종교'로서의 자본주의는 이제 '큰 타자'로 혹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의식하는 인간을 옥죄어 온다. '자본'이라는 이름의 오이디푸스 제국주의는 이제 하나의 '전제군주 기계'로서 인간의 욕망을 오이디푸스의 틀에 가두려고 한다. 오로지 '상품화'에 의해 수익을 창출하여 먹고 살아야 하는 현대인은 차가운 자본주의에 포위되어 살아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부富의 정도가 곧 신분의 위치를 정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리 애를 써봐야 그들이 속한 계층의 벽을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가진 자는 더욱 많이 가지게 되고, 못 가진 자는 더욱더 가난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극화현상은 자본주의가 진행될수록 더욱더 심화되고 구성원들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게 된다./ 위의 시에서 낙안군수 류이주가 운조루에 설치한 뒤주는 바로 보편적 사회복지의 표상이다. 그것은 곧 모든 것이 상품화되어 교환되는 '차가운 자본주의'를 넘어 선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의 모습인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로서 사회복지제도는 '자본주의의 꽃'으로서 사회구성원 모두가 마음 속 깊은 곳에 '할라프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낙안군수 류이주의 마음, 즉 마고할미의 따뜻한 마음을 가질 때 온전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가 좀 더 성숙하고 인간적인 사회로 가려면 나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극단적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지나친 물질주의적 가치관을 넘어서 이제라도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주의의 사회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에 상처받은 많은 이들을 보살피고 치유하는 마고할미의 마음이다. 위에 제시한 「타인능혜」는 시인의 모성적 이마고의 표상인 동시에 우리 사는 세상이 정의롭고 조화로운 세상, 포용과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어머니 신의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는 시인의 소망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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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창작』2017-여름호 <중견시인의 신작 소시집> 에서
* 이혜선/ 경남 함안 출생, 1980-1981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새소리 택배』등, 저서『문학과 꿈의 변용』, 한국현대시인상 · 윤동주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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