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너를 듣는다/ 백인덕

검지 정숙자 2017. 6. 11. 16:13

 

 

    너를 듣는다

 

    백인덕

 

 

  어쩌면,

  영원은 순간일지 모른다.

  추운 겨울밤, 담벼락 위를 밟고 와

  불현듯 황홀하게

  - 나는 너를 죽이고 싶었다.

  얼굴 반만큼 커진 눈동자,

  어떤 저녁을 담아 왔나,

  언어 너머의 깊은 어둠,

  피어 든 담배에 손가락을 데이고

  내면이란 충동과 욕망의 도가니,

  펄 펄 끓이며,

  이리저리

  책장과 노트를 오가는 사이

  제가 걸어 온 발자국을 그대로 되짚어 간다.

  -허공에 응결凝結하는

  전할 수 없는 메시지,

  어쩌면,

  순간이 영원처럼 길어질 수도 있다.

  초저녁부터 내린 눈 위에

  삶이란 깊은 징조徵兆만 문신하는 너,

  길게 혀를 내밀어

  처마에서 떨어지는 눈을 먹는다.

  내면은 피우다 만 담배처럼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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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창작』2017-여름호 <신작시> 에서

  * 백인덕/ 1991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단단함에 대하여』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