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참 알 수 없다/ 임보

검지 정숙자 2017. 6. 10. 17:47

 

 

    참 알 수 없다

 

    임보

 

 

  친구들에게 구걸하여 막걸리나 마시며

  폐인처럼 굴러다니다 떠난 천상병 시인은

  몇 편의 작품을 안 남겼는데도

  세상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공원도 생기고

  문학상도 제정되고

  기념사업회도 만들어지고……

 

  그런데 그와 함께 살았던 당대의 시인들

  문단에서 떵떵거리며 문명을 날렸던

  소위 잘 나갔던 사람들은

  누구 하나 챙겨주는 이 없이

  세상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

 

  억지로 이름을 좇는 일이

  무상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을 열심히 써야 할 것인지

  술을 열심히 마셔야 할 것인지

  무엇이 길인지

  도통 헷갈리는 봄이다

 

     --------------

  *『문학과 창작』2017-여름호 <문학과 창작 신작> 에서

  * 임보/ 196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산상문답』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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