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연명지
사도시대의 기적과
신유에 오류가 생겼다.
사람들은 어긋난 뼈들을 맞추기 위해
요양병원을 짓기 시작했다.
뼈는 죽음 이후를 견디는 자세들이어서
누워있거나 시간보다 더 느리게 걷는 뼈들
한 달을 약속했지만
링거 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기적이 폐지되지 않았다는 설교는
일곱째 날에 반복되고 있고
바이러스들은 항생제를 넘어서서
돌처럼 무거운 팔들에게 권위를 부여해 주고 있다.
목을 뚫고 관을 삽입하면 어떨까요?
논의論議는 강경한 권유와
나약한 승낙으로 이루어져 있다.
창밖을 서성이는 검은 그림자와
눈 마주치지 않으려 창문을 보지 않는 뼈들
마주 보는 침대들의 눈 속에는 더 많은
죽음이 서성거리고 있다.
폐에 구멍 숭숭 깊게 뚫린 줄 모르고
사력을 다해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서어나무
당신의 오류를 한 달이면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입술에서
일곱째 날의 설교가 뭉개지고 있다.
침대 하나가 정리되고
다시 천진한 뼈 한 벌이 눕는다.
-전문-
▶ 서정의 추구(발췌)_ 신진숙
조금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삶의 진정성을 만드는 것이 죽음이라는 깨달음은, 서정의 본영本影을 보여준다. 특이한 것은, 연명지 시인이 살아 있는 타자의 몸을 상상하는 방식이, 이러한 사이의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을 찾은 부서진 타자의 몸들은 "죽음 이후"의 삶으로 재현된다. 쉽게 병원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아픈 몸들은 기적을 바라지만, 기적은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다. 인간의 몸은 자유의지를 몰수당한 채 살아 있으나 삶에의 의지 이외에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몸이 된다. 반복되는 의학적 시술이 몸을 관통하지만,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의지란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이 서성"이는 병원에서 진짜 두려운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일지도 모른다.
침대 하나가 정리되고
다시 천진한 뼈 한 벌이 눕는다.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어떤 깨달음은 있다. 절대 절명의 순간이 당신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죽음 앞에서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자유의지를 잃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죽음이 우리에게 언제나 묻고 있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은 삶의 외부가 아니라 삶의 진정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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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2017-여름호 <신진조명> 에서
* 연명지/ 2014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가시비』
* 신진숙/ 문학평론가, 2005년『유심』으로 등단, 평론집『윤리적인 유혹, 아름다운 윤리』,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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