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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대멸종'의 시간은 언제일까?/ 은현희

검지 정숙자 2017. 5. 21. 17:06

 

 

<편집자 리뷰 『문학사상』2017-5월호(535)>

 

 

    인류 '대멸종'의 시간은 언제일까?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 인공지능의 진화까지

 

     은현희/ 『문학사상』 잡지팀장

 

 

자연사는 멸종의 역사라고 한다.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고 현재 여섯 번째 대

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세계 여러 학자들의 주장으로 점차 표면화

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인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유명인사 빌 게이츠와 마크 주커버그, 루퍼트 머

독 등이 추천한 인류의 미래에 관한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인류의 미래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미래학자들이 인류의 종말을 예측하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인간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후에도 지구라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인류가 멸종한 뒤에도 지구는 태양에 의해 불태워질 때까지 남아있을 것이다. 인간이 없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호모 사피엔스가 없는 세상은 더 이상 '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못할 것이다.

  자연사는 흔히 멸종의 역사라고 말한다. 돌아보면 멸종이야말로 지구에서 생명을 끊임없이 이어가게 한 신비로운 힘이다. 지난 50억 년간 이미 지구는 다섯 번의 대멸종을 겪었고 생물다양성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생물의 1퍼센트에서 10퍼센트만이 현재까지 살아있고 나머지는 전멸했다고 한다. 이 중에서 어떤 생물이 멸종하고, 또 살아남을 것인가?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앞으로 다가올 여섯 번째 대멸종에 주목하고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대

  우리는 '인류세'라 고 지칭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류세란 노벨상을 탄 독일의 화학자 폴 크뤼천이 만들어낸 말로, 자연환경 파괴로 인해 지구의 기후와 생태계가 급격히 나빠진 지질시대를 이른다. 현재 존재하는 많은 종들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다. 《뉴요커》의 기자 출신인 엘리자베스 콜버트Elizabeth Kolbert 『여섯 번째 대멸종』(이혜리 옮김, 처음북스) 에서는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십여 종의 생물을 소개하고 바로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가는 생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는 고대 바다를 연구하는 지질학자, 안데스 산맥에서 상승 중인 수목한계선을 오르는 식물학자,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로 직접 뛰어드는 해양 생물학자 등 현장을 발로 뛰는 다수의 전문 연구원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한다.

  또한 여러 학자들의 이론을 소개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이야기가 흥미롭다. 프랑스의 해부학자 조르주 퀴비에는 지구에 닥친 재난으로 인해 생물이 멸종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박물관 선배였던 진화론자 장 바티스트 라마르크는 '생명의 힘'을 강조하며 생물변이설을 역설했다. 퀴비에가 '잃어버린 종'이라고 해석한 것을 라마르크는 완전히 변형된 생물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그의 진화론은 '천변지이설天變地異說'을 주장했던 퀴비에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고 동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대 대다수 과학자들이 천변지이론자였던 것을 보면 퀴비에의 존재감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은 퀴비에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라이엘은 모든 시대에 존재해왔던 온갖 종류의 유기체와 영원히 사라져버린 생물들은 적절한 환경이 오면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질학적인 사실에 방점을 두었다. 또한 "현재는 과거의 열쇠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라이엘은 또다른 젊은 진화학자인 찰스 다윈에게 영향을 미친다. 다윈은 그의 모험과 연구에 대한 책을 출간한 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항상 내 책의 절반이 라이엘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윈은 자연 도태에 대한 이론으로 다시 라이엘의 영향권에서 벗어난다. 스승인 라이엘은 '변형의 대물림'에 대한 다윈의 이론을 마지못해 받아들였지만 다윈을 자신의 제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멸종과 진화는 동전의 양면과 비슷하다. '새로운 종의 출현과 오래된 종의 멸종'을 다윈은 '서로 묶여 있다'고 표현했다.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멸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200년 전에 태어난 다윈은 현재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과학자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암모나이트의 멸종이 '놀랄 만큼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윈은 라이엘처럼 암모나이트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을 묵살했다. 대멸종이라는 개념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화석의 기록이 대량으로 누락되어 대멸종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1970년대 말에 월터 엘버레즈라는 지질학자가 한 협곡에서 백악기 시대를 끝내버린 거대한 소행성의 첫 번째 흔적을 발견했다. 그의 아버지 루이스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물리학자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바 있다. 이들 엘버레즈 부자는 협곡에서 가져온 점토에서 예상 외로 많은 양의 이리듐iridium을 발견했다.

  또한 백악기 말의 퇴적물을 수집하려고 간 덴마크의 석회암 절벽의 점토에서도 천문학적인 수치의 이리듐을 검출했다. 이리듐은 운석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원소다. 부자는 이를 근거로 충격적인 가설을 발표했다.

  6천 5백만 년 전 어느 날 약 10킬로미터 넓이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다는 것이다. 소행성은 지구와 충돌하자마자 폭발하여 1억 메가톤급 에너지에 맞먹는, 초강력 수소폭탄 백만 개를 터뜨린 것에 필적하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내뿜었다. 이리듐을 포함한 소행성의 잔해들이 전 지구를 덮쳤다. 낮은 밤처럼 어두워졌고 기온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대멸종이 이어졌다.

  1980년 엘버레즈 부자는 논문 '백악기 제3기의 멸종에 대한 지구외적 원인'을 출판했다. 이 논문은 엄청난 관심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영감을 받은 칼 세이건이 이끄는 천체물리학자 집단은 이 충돌의 영향을 본뜨기로 결정한 후 '핵 겨울(핵전쟁 후에 나타나게 될 것으로 여겨지는 추위 현상)'의 개념을 내놓았다. 그것은 매스컴에 열풍을 일으켰다.

 

  『여섯 번째 대멸종』에서는 소행성 충돌로 인해 공룡이 멸종된 이래, 앞으로 지구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다. 인류의 멸종 원인이 다름 아닌 인간 자신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윈의 점진적인 진화론이 인류가 초래한 급격한 재앙 앞에서는 무색하다고 말한다. 인간이 자연상태에서 이뤄지는 것보다 수십만 배 빠른 속도로 세균을 세계 곳곳에 실어나르기 때문이다. 하루에 전 세계 어디라도 이동할 수 있는 인간의 속도는, 다른 생물에게는 재앙과 같다. 이들 생물에게는 진화는커녕 면역 체계를 갖출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다.

 

 

  인류 이후의 이야기

  대멸종이란 동식물의 75% 이상이 사라지는 일을 가리킨다. 하지만 과거의 대멸종은 새로운 생명체가 출현하는 기회의 장이 되기도 했다. 페름기 대멸종 이후 동식물이 급격히 불어나 번성하였고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한 기간은 1억 6000만 년에 달했다고 한다. 또한 백악기 대멸종은 포유류와 인류에게 득세할 기회를 주었다.

  미국의 과학 전문 저술가인 마이클 테너슨Michael Tennesen『인간 이후The Next Species (이한음 옮김, 쌤앤파커스)에서는 과거의 멸종 사건들, 인간과 자연의 진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진화적 변화,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진화적 변화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과거의 화석 증거와 현재의 연구 결과와 전문가의 미래 예측을 토대로 쓰였다.

  오늘날의 현생 인류는 심해와 극지의 병원을 제외한 거의 모든 환경을 차지하고 있는, 지구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 모두 기본적인 발성 능력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그 능력을 습득하고 발전시키는 데 더 뛰어났다. 그렇게 그들은 기후가 급변하곤 했던 빙하기를 헤쳐 나가는 법을 터득할 수 있었고, 또 교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른 인류들보다 훨씬 더 생존에 유리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에서, 이 능력 덕분에 인류가 '대도약', 즉 문화의 여명기에 들어섰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인구 증가율은 지난 50~60년 사이에 정점에 이르렀고, 지금 우리는 자신이 그토록 찬미하던 진보가 최대의 악몽으로 변하는 시점에 와 있다.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20억 명이 더 늘어날 것이고, 그들은 대부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할 것이다. 유엔의 인구 통계학자들은 이 추세가 2075년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다음 세기까지도 인구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뜻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 폴 에를리히는 1968년에 출간한 『인구 폭탄』에서 인구 과잉으로 전 세계가 엄청난 기아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 책의 표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동안, 4명이 굶어 죽었을 것이고, 그들은 대부분 아이들이다.'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천연자원의 소비도 늘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 중의 하나가 토양이다. 폭발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는데 가장 핵심적인 자원인 토양은 과연 그 일을 할 준비가 돼 있을까?

  『인간 이후』에서는 인류를 멸종으로 몰아넣을 세 가지 위험 요소인 토양, 항생제 내성, 해양의 변화를 살핀다. 농경의 확산은 인류가 자연의 동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더욱 복잡하고 나쁘게 만들었으며 자연의 진화 과정에 교란을 일으켰다. 농경은 식량 생산을 늘림으로써 인간의 삶을 바꾸었지만 한편으로 쓰레기와 하수가 늘어났고 감염병의 위험도 증가시켰다. 결국 토양도 곧 '멸종'에 이를 것이다. 항생제 내성은 인류가 결국 질병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예상보다 더 빨리 멸종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의 근거가 된다. 칼리포르니아 만의 산타 로살리아 어민들은 오랫동안 다랑어, 황새치 등을 잡았지만 최근에는 그것들 대신에 훔볼트 오징어를 잡는다. 해양 환경이 남획, 수은 상승, 산성화 때문에 급격히 변화했는데, 훔볼트 오징어는 빨리 자라고 일찍 죽는 번식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유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상어도 급감했다. 남획과 산성화, 수온 상승의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연이 사라지면 우리도 사라진다." 그런데 여러 경고와 종말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인류가 자연을 공격해 결국 인류마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 마이클 테너슨은 다시금 지구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대량 멸종 이후 얼마나 오랜 회복의 시간이 걸렸는지, 수많은 생명들이 어떻게 다시 나타났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현재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바다로 가서 산성화가 해양 생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피고 해파리, 대왕오징어와 같이 새롭게 등장하는 포식자들의 생태를 현장감 있게 전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포유동물을 되살리기 위해 제야생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동물들이 궁극의 야생 상태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목가적인 야생의 낙원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오직 하나, 인간이 없어지는 것뿐이다.

  앞으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자는 성간 여행이 인류를 변화시킬 주된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유력한 행성이 바로 화성이다. 태양계의 이 네 번째 행성은 다른 천체들보다 더 지구와 비슷하다. 화성에는 드라이아이스 벌판, 크레이터, 화산, 범람원, 골짜기, 균열, 높은 산맥이 있다. 화성은 오래전부터 천문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지구가 생명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할 때 달아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여겨지곤 했기 때문이다. 또 화성 근처에서 돌고  있는 광물이 풍부한 소행성들로 가는 중간 정거장이 될 수도 있다. 중력이 낮기 때문에 화성은 우리 은하의 먼 별로 향하는 도약대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화성의 하루는 24시간 37분으로, 지구의 하루와 비슷하다. 화성은 자전도 하며 4계절이 있다. 하지만 화성의 1년은 약 669일이기에 사계절이 지구보다 약2배 더 길다. 2013년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는 토양 표본을 분석하여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화성의 토양에는 지구 생명의 주요성분들인 황, 질소, 수소, 탄소가 들어 잇었다. 만일 화성에서 살아 있는 생물이나 단순한 화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주가 생명으로 가득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우주가 인류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인간 유전체의 변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재앙들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다. '인류라는 두꺼운 담요가 걷히면, 자연은 크나큰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다시금 예전의 영광을 회복하기 위해 애쓸지도 모른다.'

 

 

  낙관주의자의 미래는 밝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비관주의적 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현대의 담론을 지배해 온 것은 비관주의적 관점이었으나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그와 상반된 주장을 한다. 그는 앞으로 100년, 인류는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저서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에서 그는 과학적 이성주의를 표방하며 10만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가 '번영의 역사'임을 주장한다. 그는 이 책에서 석기시대부터 앞으로 2100년까지 인류 문명을 특유의 논리로 해석하고, 2100년에도 인류는 오늘날에 비해 아주 엄청나게 잘살 것이며 생태환경도 같은 정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낙관론은 인류가 혁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또한 리들리는 교환과 전문(애덤 스미스), 그리고 진화론(찰스 다윈)의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를 재검토한다.

  선사시대에 처음 교환거래가 시작됐고 이를 통해 인류는 '노동의 분업'을 발견했다. 분업은 전문화를, 전문화는 혁신을 촉진했다. 그래서 인간사회에 번영이라는 사건이 생겼다. 필요한 것을 구하기 위해(교환을 통해) 각자가 투입해야 하는 노동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번영의 정의다. 보통 사람이 한 시간 일해서 번 돈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재화와 용역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그 사회는 번영한 것이다.

  교환하고 전문화하는 습성은 집단지능을 창조했다. 수많은 사람이 조금씩 보유한 각기 다른 지식과 노하우를 합친 것이 집단지능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지식은 "결코 집중되거나 통합된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각 개인 모두가 지닌, 불완전하고 흔히 상충되는 지식의 흩어진 조각으로만 존재"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집단지능은 아이디어들의 짝짓기에 의해 진화하며 문화적으로 누적된다.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즉 창의력이 서로 만나서 섹스를 하는 과정을 통해 혁신이 이루어지고 새로운 후손이 출현하기 때문이다. 교환이 문화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은 섹스가 생물의 진화에 미치는 영향과 같다. 저자는 교환의 폭발적인 잠재력에 주목한다. 교환은 그 자체로 인류의 비약적 전진이며, 인류가 생태계에서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고 물질적 번영을 이루도록 해준 핵심적 요인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에 신기술과 신인류가 등장한 것을 두 가지 이론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이론은 기후의 영향이다. 변덕이 심한 아프리카 기후로 인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능력이 자연선택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론은 행운의 돌연변이설이다. 유전자에 우연한 돌연변이가 일어나 뇌가 생성되는 방식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인간 행태에 변화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것이다. 리들리는 두 가지 이론에 반박한다. 그는 핵심이 기후나 유전학 등에 있지 않고 경제학에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집단지능을 형성하게 되면서 교환과 전문화가 촉진되었고 진보가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오늘날의 집단지능은 전에 없던 수준에 도달했다. 세계의 모든 곳이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지역에서 나온 아이디어든 서로 만나고 짝짓기를 할 수 있다. 진보의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저자는 진정한 위험은 변화의 속도를 는추는 데서 온다고 경고한다.

  또한 그는 각종 생태주의와 녹색운동의 허점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비판한다. 그가 '그린', '청정', '재생가능', '지속가능성' 등의 개념을 비판하는 근거는 과학과 경제학, 그리고 인도주의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위험으로 대두되고 있는 '기후 변화' 문제도 마찬가지다. 탄소 감축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을 의미한다. 그럴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때문에 인류가 기후 변화에 전혀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보다, 온난화를 선택함으로써 성장을 만들고 혁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이 교환과 전문화를 번창시킬 수 있는 지역이 어딘가에 있는 한, 문화는 진화하고 번영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기술이 진보하고 빈곤이 줄어들며 질병이 후퇴하고 출산율이 떨어지며 폭력이 축소되고 환경이 개선되고 자연보전지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리들리는 21세기가 살기에 아주 근사한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거침없이 모두가 낙관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진화

  올해는 과학소설SF의 거장 아서 C. 클라크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는 널리 알려진대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자이다. 영화에서는 인공지능AI을 지닌 컴퓨터 할HAL 9000의 반란이 그려진다. 평온하던 우주선 안에서 할이 인간의 명령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급기야 인간을 우주선 밖으로 쫓아내 버린다.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실감나게 그린 작품이었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곧 인간의 지능을 추월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예측이 나오고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결국은 인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인공지능이 자신의 의지를 갖고 자립하고 또한 전례없이 같은 속도로 능력을 올려 자신을 재설계할 수도 있다. 천천히 진화하는 인간에게 승산은 없다. 일부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한 신문 칼럼에서 그는 "AI의 발명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최후의 사건이 되어 버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은 현재의 지능으로 지구에서 지배적인 종으로 군림하게 되었다. 그런데 기계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날이 온다면, 이 새로운 초지능superintelligence은 매우 강력한 힘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류에게 희망은 있다. 인간보다 우월한 초지능이 개발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초지능 개발 여정의 첫 걸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이용할지는 인류의 노력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철학과 교수인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슈퍼인텔리전스 경로, 위험, 전략(조정인 옮김, 까치) 인공지능에 관한 광범위한 접근을 통해 초지능을 전망하고, 인간과 완전히 다른 지성체로서의 초지능으로 인해 야기될 상황과 그것을 통제할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초지능에게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할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번 세기 안에 개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초지능은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저자는 물리학, 신경과학, 수리논리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문제를 다루고 있다. 거기에 철학자로서 초지능의 도덕적 문제까지 제기하며 인식의 범주를 확대한다. 만일 기계들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어 빠르게 강한 초지능을 갖게 되는 '지능 대확산'이 일어나면 인류의 운명은 이미 패배한 상황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 인간은 저자의 표현대로 "핵 가방의 뚜껑을 여는" 행동 정도 밖에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인공지능은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획득하기 위해서 인간보다 더 위험이 큰 행동들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미래의 주도권을 쥐게 될 세력들이 초지능을 독점적 지배체제를 차지하는 데 사용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다. 독점적 지배체제를 누릴 초지능의 성격과 다수의 초지능이 나타나는 다극성 시나리오에서 지능체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달려있다. 지능 대확산의 결과로 존재적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는 위협을 느낀다면, 인류는 당장 그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인공지능에서 초지능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제기한 이 책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과연 초지능은 무엇을 원할 것인가. 이 철학적인 질문 앞에서 저자는 초지능의 도덕적 선택에 대해 주목한다. 그리고 점차 수정 과정을 거쳐 분별력을 갖춘 최적화 시스템으로 거듭날 초지능의 희망적인 미래를 그린다.

  저자는 그 누구도 하늘 전체를 뒤덮으면서 전방위적으로 내리꽂히는 지능 대확산의 폭풍으로부터 안전하게 도망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인성, 즉 우리의 근본, 상식, 그리고 품위 같은 성향에 의지해야 하며 모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초지능으로부터 최선의 인간 본성이 나타나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의문이 하나 남는다. 과연 인간의 본성을 초월하는 초지능이 나타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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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후기> 얼마 전 지구종말 시계가 자정 2분 30초 전을 가리키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인류의 종말까지 남은 시간이 불과 몇 분 정도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호 <삶과 인문학> 코너의 주제는 인류의 멸종과 생존입니다. 이정모 관장은 지구와 자연이 아무리 중요해도 사람보다 귀하지는 않다고 말합니다. 덧붙여 이 우주가 호모 사피엔스를 만난 것은 최고의 행운이라고, 그래서 인류는 조금 더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공생입니다. 모두가 살아남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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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로그주

  1차 대멸종: 4억 4천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 말

  2차 대멸종: 3억 7천만 년 전, 데본기 말

  3차 대멸종: 2억 5천 백만 년 전, 페름기 말

  4차 대멸종: 2억 5백만 년 전, 트라이아스기 말

  5차 대멸종: 6천 5백만 년 전, 백악기 말

  6차 대멸종: 인류세(본문 참조)

  "과학자들은 1950년대에 시작한 여섯 번째 대멸종은 짧으면 500년, 길어야 1만 년이면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문학사상』2017년 5월호,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