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시산맥 작품상 후보> 中
골목의 발생
최지하
골목의 역사는
음란한 점집으로 가는 화살표를 따라 순환하는
낡은 손금에서 시작되었다
그곳에 너를 두고 온 후부터
우리는 연결되었고
예의바른 표정으로 너를 안았던 그때부터 단절되었다
수상한 전생을 미래라고 읽은 것 같다
누군가 종교를 묻고
용서가 필요하다고 일주일의 간격으로 창문을 걸어둔
그 좁은 길은 행간마다 쓸모없는 명암이 생겨
몇 개의 발가락이 더 생겨나도 발설되지 않았다
결국 죽음의 내부에서 배경이 될 골똘한 증상들은
통증의 질량만큼 꿰매진 자국을 불행이라 결정할 때까지
나와 가장 밀접했던 슬픔과 구분할 수 없었다
돋보기 바깥의 세상은 나를 속이기 좋은 곳
손톱을 자르는 계절에 모음처럼 드물게 아침이 오고
너는 조금 증폭되어
조마조마한 나의 낱말들을 메운다
이별이 발생된 세상에서 빠져나가는 골목을
드디어, 가급적 세상과 세상 사이에 붙여 쓰기로 했다
-전문-
추천사유> 한 문장: 누구에게나 기억은 있다. 골목은 각자가 품고 있는 세계일 수도 있고 한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통로일 수도 있다. 의미는 제각각이겠지만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아련한 기억은 언제나 애틋하고 아픈 법이다. 최지하 시인은 그런 골목의 기억을 감각적인 언어로 소환시키면서 먼 너에게 손을 내민다. 골목이 세상 전부였던 시절, 그 기억의 역사를 기록하다 보면 때때로 문을 걸어 잠그기도 하고 힘겹게 세상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면서 고요하게, 때론 소란스럽게 어깨를 들썩이기도 한다. (김온리/ 2016년 『문학의식』으로 등단)
추천사유> 한 문장: 어느 늦은 밤, 나는 골목을 걷다가 문득 이 길의 연원이 궁금해졌다. 세상과 세상을 이어주던 골목길이 어느 때부턴가, 이쪽과 저쪽을 가르고 있었다. 나는 그 사이를 허청대며 걸었다. 깨진 외등은 나의 질문에 눈 감았고, 등 돌린 담벼락은 입을 닫았다.// 고대 인도의 종교인 베다Veda. 물을 가르는 무수한 물은 저마다의 이름으로 흐르지만, 결국 바다에 이르러 개별성을 버리고 거대한 물 덩어리로 하나가 된다는 범아일여 梵我一如의 사상. 우리의 근원적 질문에, 전체로서의 자연과 부분으로서의 인간이 본질적으로는 하나라는 가르침으로 답한다. (이동우/ 2017년『시산맥』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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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맥』2017-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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