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인간인 동상
송승언
반쯤 파괴된 동상
모두 사랑했던 동상
사랑하던 사람들 다 가고 손가락질하던 사람들 다 가고 그 후손들 다
가는 이후에도
반쯤 파괴된 채 남은 동상
아주 파괴되지는 못한 동상
동상에게 동상의 외로움 있겠지
동상에게 동상의 슬픔 있겠지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동상
그러나 핏자국은 눈물 자국은 있는 동상
이전을 아는 사람들이 만든 이전은 모르는 동상
이후를 사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이전을 가르쳐주는 동상
이제 가르칠 사람이 없는 동상
친절한 동상 슬픈 동상
없는 시간을 사는 동상
아닌 시간을 사는 동상
있어볼 만큼 있어본 동상
슬슬 없어도 되겠지만 없어질 수 없는 동상
사라진 누군가를 모델로 한 누군가의 모델인 동상
누군가가 잊힌 뒤에도 잊힌 누군가의 모델인 동상
그런 동상이 나 본다
반쯤만 인간인
-------------
*『현대시』2017-4월호 <신작특집> 에서
* 송승언/ 201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개망초/ 김백겸 (0) | 2017.05.18 |
|---|---|
| 유준_사랑의 입김(발췌)/ 홀수의 방 : 박서영 (0) | 2017.05.13 |
| 우리가 볼 수 있는 것/ 김행숙 (0) | 2017.05.12 |
|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김행숙 (0) | 2017.05.12 |
| 박성현_'파꽃'처럼 밀어낸 생의 물밀듯한 집중(발췌)/ 그릇 : 안도현 (0) | 2017.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