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개망초/ 김백겸

검지 정숙자 2017. 5. 18. 10:48

 

 

    개망초

 

     김백겸

 

 

  늦여름의 녹음이 위험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저녁입니다

  하늘에는 검은 구름들이 야수의 눈빛으로 노려보는 저녁입니다

  벌판의 소나무 숲이 바늘 같은 침묵의 푸른빛을 허공에 내뿜는 저녁입

니다

  소나무뿌리가 뱀 무리처럼 드러난 공터에서 청설모들이 나뭇가지를 뛰

어넘는 저녁입니다

  까마귀의 검은 날개와 황혼이 칵테일처럼 섞인 저녁입니다

 

  당신께서는

  쐐기풀에 날개를 접은 산제비나비와 저녁하늘에 뜬 얼음 같은 흰 달을

불러주세요

  밤하늘의 정원에서, 탄생과 죽음의 이상한 수수께끼 속에서

  아름다움이 가리키는 존재의 신비, 그 부적符籍의 신호를 - 개망초 흰

꽃처럼 보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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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산맥』2017-여름호 <신작시>에서

  * 김백겸/ 1983년 《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비를 주체로 한 서정별곡』『기호의 고고학』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