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김행숙
무덤을 안은 듯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죽은 사람 비슷하다.
목소리는 나를 떠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고 있다. 도처에서 내 목소
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언젠가는 잃어버린 목소리를 찾아 헤
매다가 내 목소리와 똑같은 목소리를 직접 들은 적도 있다. 나는 나를
쫓아갔지만 목소리는 점점 더 멀어져갔다.
또 무서운 꿈을 꿨구나, 어린 시절에 엄마는 나의 혼란을 그렇게 정리
해주었다.
꿈이면 무서워도 괜찮고, 아파도 괜찮고, 죽어도 괜찮고, 죽여도 괜찮
은 것일까. 그래서 인생을 꿈같다고 말할 때 두 눈을 껌벅이는 것일까.
인생이 꿈같으면 죽었다가 살아나고 죽었다가 살아나고 죽었다가……
진짜처럼 죽었다가 또 거짓말처럼 살아나기를 얼나마 되풀이하게 되는
걸까. 이것이 대체 몇 번째 겨울나무란 말이냐. 분명히 꿈에서 비명을
질렀는데 일어나보면 현실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지금 몇 번째 봄나무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한 그루 겨울나무를
알몸처럼 껴안고 있다. 펄펄 흰 눈이 내리고…… 설령 여기서 내가 잠이
든대도 이것은 꿈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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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2017-4월호 <신작특집> 에서
* 김행숙/ 199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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