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섬
신용목
낮 동안
낮게 끌려다니던 그림자가
밤이 되자, 나를 커다란 보자기로 싸서
들고 간다.
그림자는 어느 생에서 내가 절벽으로 밀어버린 연인이었을 것
이다. 어느 날,
몸을 잃고 흘러다니는 물일 것이다.
너무 부드러워
손을 저어도 느껴지지 않는 어둠의 살,
차가운
잠의 구멍으로 나는
꿈을 본다.
물속에 빠져도 낮은 낮이고 밤은 밤인데, 사람은 왜 시체일까?
잠 속에 빠져서
꿈은 시체의 삶일까? 꿈속에 빠져서
어둠 속에서도 모두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신비로웠다.
만지지 않는데도 느낌이 남아 있다는 것이
죽은 후에도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삶은 시체의 꿈일까? 불을 켜듯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언제나 부르는 사람의 바닥이 가장 깊어서 그 아래 낮에도 고
여 있는 밤처럼,
꿈처럼
그의 대답이 들리고…… 어디야? 물에서 빠져나오듯 잠을 깨
두리번거리면,
미처 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목소리처럼
듣는
빗방울.
빗방울에도 얼굴이 있다는 것이 신비로웠고, 목소리에도 해변
이 있다는 것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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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2017-5월호 <詩 # 1> 에서
* 신묭목/ 2000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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