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조>
꽃댕강나무
문무학
댕강댕강 꽃댕강나무 위태위태 그 이름
늦봄, 온 여름에 초가을 넘기고도
꽃피워 댕강거리며 즐기누나 곡예를…
떨어질 듯 매달리고 떨어질 듯 매달리며
바람, 그만 지쳐 비켜 불게 해놓고
시치미 뚝 떼고 서서
댕당댕강
또
댕강.
-전문, 『좋은 시조』 2016-겨울호
▶ 현대시조의 아름다움을 찾아서(1) <발췌>_ 엄경희
나무는 실존에 대한 비유로 흔하게 사용되곤 하는 상징물이다. 그러하기에 비유의 층과 폭이 웬만하지 않으면 클리셰clicher하다는 평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문무학의「꽃댕강나무」는 그런 염려에서 벗어나 있다. 시의 소재인 '꽃댕강나무'와 '댕강댕강'이라는 표현의 음성적 중첩이 '위태위태'와 맞물리면서 실존의 희비喜悲를 켜켜이, 농밀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나 사물의 일부가 잘려나가는 '댕강'의 처첨함이 실종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을 드러낸 것이라면, "꽃피워 댕강거리는" 나무의 '곡예'는 그 숙명을 기꺼이 향유하려는 의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존의 위태로움을 '곡예'로 비유하는 것도 기실 진부함의 지평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인간의 삶을 외줄 타는 피에로에 비유하는 것을 자주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한 비유는 신神이라는 존재 혹은 시간이라는 절대성 앞에 선 실존의 유한성 내지는 삶의 허무함을 드러내는 비극적 운명관을 기저基低에 담고 있다. 그러나 문무학의「꽃댕강나무」는 실존의 비극적 운명이라는 원형原型에서 멀리 벗어나 삶을 '무한 긍정'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면에서 주목된다. '바람'이라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떨어질 듯 매달리고 떨어질 듯 매달리며" 위태로운 시간들을 살아가는 삶이지만, 그 '바람'을 "지쳐 비켜 불게 해놓고" 당돌하게 '시치미'를 '뚝' 떼는 모습과 '또'라는 부사의 활용을 통해 실존의 비극성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의식은 삶과 죽음의 윤환輪換을 긍정하는 동양적 관조의 태도를 내비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댕강댕강 / 또 / 댕강"이라는 부사들의 조밀한 접촉이 빚어내는 경쾌한 리듬감으로 실존의 불안과 소멸의 운명을 가볍게 횡단하는 시인의 팽팽한 수사와 사유가 참으로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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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표현』2017-4월호 <월평_시조>에서
* 엄경희/ 2000년《조선일보》신춘문예로 평론 부문 등단, 저서『빙벽의 언어』, 『현대시와 정념』외, 현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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