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자리
이영주
그는 소파에 앉아 있다. 길고 아름다운 다리를 접고 있다. 나는 가
만히 본다. 나는 서 있고, 이곳은 지하인가.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그는 지하가 되었다. 어두우면 따뜻하게 느껴진다. 어둠이 동그란
형태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것을 깨려면 서야 한다. 나는 귀퉁이
에 서 있다. 형태를 만져볼 수 있을까. 나는 공기 중에 서 있다. 동그
란 귓속에서 돌이 빠져나온다. 나는 어지럽게 서 있다. 지하를 지탱
하는 힘. 그는 아름다운 자신의 다리를 자꾸만 부순다. 앉아서. 일어
날 수가 없잖아. 다리에서 돌이 빠져나온다. 우리는 십 년 만에 만났
지. 그는 걷다가 돌아왔다. 걸어서 마지막으로 도착한 귀퉁이에 내
가 앉아 있었다. 이 곳은 얼마나 걸어야 만날 수 있는 거지. 그의 다
리에서 생생한 안개가 피어오른다. 그가 뿌린 흙 위에 나는 서 있다.
이 곳은 익숙하고 정겨운 냄새가 난다. 잠깐 동안 그는 앉아 있었는
데, 동그랗게 어두워지는 자리였다. 내가 어지러워 돌처럼 흘러나가
는 자리. 소파에 앉아서 그는 흩어진 잔해들을 본다. 아무리 오래 걸
어도 집이라는 집은 없다. 고향이 없어서 우리는 모든 것을 바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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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2017-봄호 <신작시>에서
* 이영주/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시집『108번째 사내』『차가운 사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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