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다가올 일/ 신용목

검지 정숙자 2017. 3. 29. 12:40

 

 

    다가올 일

 

    신용목

 

 

  세상의 모든 돌들은 언젠가 비석이었거나 비석이 될 것이다.

 

  돌을 녹이는 불이 있다지만

 

  시간이 데려간 글자들이 바람에 새겨져 있을 것이므로, 내 숨으로

드나드는 그들의 일생 또한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차고 누런 달이 떠서 어두운 창문을 모두 끌고 가는 것처럼 혼자인

밤을 끌고 저 빛의 어둠 속으로 가는 것처럼,

 

  사라진 시간의 그림자.

  죽음,

  슬픔,

  분노.

 

  이 단어들의 끝에는 항상 인간이 매달려 있다. 이번 생의 시절을

모른 채 서둘러 내게 온 청춘처럼,

 

  지금은 누군가 뭉쳐 던진 달 하나의 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인류가 움직인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안개라는 부스러기,

  희고 거대한 바위가 시간의 협곡 속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 어딘가에 바다라고 불리는 익사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세상의 모든 돌들이 끝없이 가라앉고 있는 깊이가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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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사람』2017-봄호 <신작시>에서

  *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아무 날의 도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