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일
신용목
세상의 모든 돌들은 언젠가 비석이었거나 비석이 될 것이다.
돌을 녹이는 불이 있다지만
시간이 데려간 글자들이 바람에 새겨져 있을 것이므로, 내 숨으로
드나드는 그들의 일생 또한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차고 누런 달이 떠서 어두운 창문을 모두 끌고 가는 것처럼 혼자인
밤을 끌고 저 빛의 어둠 속으로 가는 것처럼,
사라진 시간의 그림자.
죽음,
슬픔,
분노.
이 단어들의 끝에는 항상 인간이 매달려 있다. 이번 생의 시절을
모른 채 서둘러 내게 온 청춘처럼,
지금은 누군가 뭉쳐 던진 달 하나의 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인류가 움직인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안개라는 부스러기,
희고 거대한 바위가 시간의 협곡 속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 어딘가에 바다라고 불리는 익사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세상의 모든 돌들이 끝없이 가라앉고 있는 깊이가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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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사람』2017-봄호 <신작시>에서
* 신용목/ 2000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아무 날의 도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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