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김구용시문학상 / 수상자 자선시>에서
자작나무 숲
안명옥
어둠은 포근해서 좋다
먼 길을 걸어왔지만
뜨거운 짐승처럼 웅크린
자작나무 숲이어서 오래 걷는다
추운 곳에서 자라는 습성을 가진 자작나무
젖어서 더 활활 타 오른다지
축축해진 길바닥에 눕는 달
어둠의 자식들일수록 눈빛이 살아 있다
-전문, 수상시집 『뜨거운 자작나무 숲』2016, 리토피아 刊
▶ 새롭게 태어나는 나무(발췌) _ 이민호
참숯 같은 가슴에 품은 불의 경험은 '어둠과 추위와 촉기'를 배경으로 한다. 부정의 힘이 그를 타오르게 한다. 자작나무 숲에는 어둠이 자리하고 있다. 어둠은 무의식의 세계이며 의식이 억압했던 공간이다. 거기에 그는 웅크리고 있다. '뜨거운 짐승'은 '자작나무'로 변신하고 '축축한 달'로 또 몸을 바꾼다. 이 모두 '어둠의 자식'들이다. 그러므로 숲은 어머니의 자궁처럼 자식을 품고 있다. 젖었음에도 활활 타오르는 역설과 어두울수록 빛나는 아이러니는 안명옥의 시적 주체의 특성이다. 변형과 재생의 과정이다. 이는 불의 상징적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중심에서 쫓겨난 어둠의 자식을 자기 안에 두고 있다. 어둠의 지향은 주변성의 추구이기도 하며 불의 상승적 욕망을 역설적으로 꿈꾸는 일이다. 여성적 글쓰기의 면모라 할 수 있다./ 변형, 변주, 변모를 쉽게 할 수 있는 자율성, 자유야말로 주체적인 여성 상징의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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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토피아』2017-봄호 <제7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 자선시/ 작품론>에서
* 안명옥/ 2002년『시와시학』으로 등단 , 서사시집『소서노』, 시집『칼』『뜨거운 자작나무 숲』, 장편서사시집『나, 진성은 신라의 왕이다』, 창작동화『강감찬과 납작코 오빛나』, 동화 『금방울전』『파한집과 보한집』, 역사동화 『고려사』네 권, 성균문학상 · 바움문학상 등 수상
* 이민호/ 1994년 《문화일보》신춘문예로 시 부문 등단, 시집『참빗 하나』『피의 고현학』, 비평서『한국문학 첫 새벽에 민중은 죽음의 강을 건넜다』『도둑맞은 슬픈 편지』, 연구서 『흉포와 와전의 상상력』『낯설음의 시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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