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배추
이승진
그 해
엄마는 배추를 묶지 않고 그냥 가셨다
서리가 올 무렵
다른 집은 모두 배추를 묶는데
유독 우리집 배추만 묶지 않고 그냥 두었다
동네 사람들이
왜 묶지 않느냐고 따지면
엄마는 슬그머니 웃고 계셨다
속이 너무 꽉 차면 맛이 없다며
너무 단단하면 틈이 없다는 말씀
아들에게만 일러주셨다
엄마는 아들을 회초리로 때리며
야무지게 키우셨지만
끝내 묶지는 않으셨다 아니 못하셨다 엄마는
알차지 못하고 똑똑하지는 더욱 못한
어눌하고 속이 텅 빈 조선 배차 한 포기
이 풍진 세상에 풀어놓고 그냥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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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티카』 2017-상반기호 <시에티카 초대시>에서
* 이승진/ 경북 상주 출생, 2004년 시집『사랑박물관』으로 등단, 시집『엄마 붓다』, 산문집『떠난 세월 남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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